2000억원짜리 실수는 해고 사유로 인정한다

업무상 저지른 실수일지라도 회사에 입힌 손실이 지나치게 막대한 수준이면 그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대우건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과 관련해 얼마 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우건설 소속인 A씨는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에 파견돼 근무하던 현장소장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2017년 7월 즈음 발전설비 중 고온의 증기가 지나가는 통로인 ‘추기 계통’에 대한 수압시험을 실시했습니다.

해당 시험은 추기 계통만 단독으로 시험하는 것이 보통이나, A씨는 당시 추기 계통에 급수가열기를 결합한 상태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급수가열기가 시험 실시 전부터 이미 추기 계통에 결합해 있었고, 단독 시험을 위해 급수가열기 연결 부위를 절단했다가 시험 뒤 다시 연결하면 공사가 1개월 이상 지연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기 계통 시험엔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급수가열기 쪽에서 발생했습니다. 급수가열기 중 3대가 누수 현상을 보이며 사용 불가 판정을 받고 폐기됐던 것입니다. 그 여파로 공사가 6개월 가까이 지연됐고, 대우건설은 지연배상금과 급수가열기 재설치 비용 등을 합쳐 총 2117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사고는 대우건설이 추진 중이던 인수·합병(M&A)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호반건설이 사고로 인한 손실이 포함된 경영실적을 확인하고 곧장 인수 포기를 선언했던 것입니다. 호반건설은 당시 대우건설의 해외 잠재부실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판단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대우건설은 2019년 A씨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으나, A씨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해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가 "A씨 해고는 부당하다"며 복직을 명령했고, 대우건설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재판에서 승리한 쪽은 대우건설이었습니다. 일부러 해를 입힌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초래한 피해가 너무나도 막대해 회사의 대응이 과하다 보긴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또한 A씨가 발주처에 '급수가열기는 시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로 보고하고도 실제로는 결합한 채 시험을 진행하고선 사후 관리도 하지 않는 등 잘못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고 원인이 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의 수준도 적정하다고 판단된다"며 판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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