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계에 사람이 모자라다

미국의 ‘구인난’이 반도체 업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생산 과정이 상당히 자동화된 업계임에도 불구하고, 시설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력마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합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현지 시각) 다수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최근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장 손이 모자란 분야는 장비 운용을 맡을 핵심 인력과 오퍼레이터(현장직) 부문이라 합니다. 최근 인텔이 1000억달러(한화 약 119조원)를 들여 미국과 유럽에 공장을 건설키로 하는 등, 반도체 업계에선 생산시설 확충이 한창입니다.

인력 관리 회사인 에이트폴드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인력을 7만~9만명은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 정치권에선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선 인력이 30만명 가까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파운드리 최고재무책임자인 데이비드 리더는 "미국 반도체 분야가 전체 고용 시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업계 인력난은 사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 업계 글로벌 1위인 TSMC가 위치한 대만 역시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인력이 2만770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중국 또한 반도체 업계 종사자가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아직도 인력이 약 25만명 정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학에서도 최근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관련 기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 반대로 반도체 부문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뉴욕에 자리 잡은 로체스터공대(RIT)는 1980년대 중반엔 학부 과정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50명에 달했지만, 최근엔 기껏해야 10여명에 불과합니다. 샌토시 큐리넥 RIT 교수는 "이제 학생들은 구글용 앱을 만들거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했습니다.

WSJ은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유학생들의 반도체 전공이 늘어난 만큼 해외 인력 유치를 허용해야 한다”며 입법 로비에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외국 인재를 받는 문턱을 낮춰 당면한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대만처럼 산학협력을 강화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만에선 지난 5월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대학과 기업의 협력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처리됐습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업계와 대학의 협력은 향후 10년간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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