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가 뉴욕을 위협한다

“뉴욕 사무실에서 철수합니다. 여러분이 맨해튼 사무실에 복귀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8월 미국 금융사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자사 직원들에게 전파한 내용입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두려움 없는 소녀상(Fearless Girl)’을 설치했던 회사로, 월 스트리트(Wall Street)와 인연이 나름 끈끈한 기업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는데요.

월 스트리트의 또다른 랜드마크인,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상과 마주보고 있는 두려움 없는 소녀상./Anthony Quintano

재정 문제로 마지못해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최근 애널리스트 대다수의 예상을 깨는 호조를 보였습니다. 다우존스의 지난달 18일 발표에 따르면,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올해 3분기에 수익을 주당 1.96달러씩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인 주당 1.45달러를 훌쩍 넘어선 수치입니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달러로, 미국의 금융분석기업 팩트셋이 집계했던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주당 1.92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영업수익은 3분기에 29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억8000만 달러에 비해 7% 정도 증가했습니다. 이 역시 월 스트리트에서 예상한 29억6000만 달러를 웃도는 액수였습니다.


이들이 뉴욕을 떠나는 진짜 이유는, 바로 ‘하이브리드 근무’를 위한 포석 마련이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기본적으로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 운영하며, 임직원이 필요나 상황에 따라 알맞다 판단한 출근 방식을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입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뉴욕에서 근무하던 직원 500여명에게 인근 뉴저지주나 코네티컷주를 근무지로 선택하라 권하며 본인 상황에 맞춰 원격 근무나 사무실 근무를 섞어서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기업이 뉴욕에서 사업체를 운영할 때 비용과 세금이 과다하게 드는 문제로 사무실 유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며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이번 행보는 금융 중심지로 통하던 뉴욕의 위상이 최근 재평가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 중 하나다”고 평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창궐 여파로 재택 내지 원격 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월 스트리트에 사무실을 두는 ‘명분’에 집착하는 대신 실리를 택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월 스트리트./게티이미지뱅크

뉴욕에 머무르는 기업 또한 예전과 동일한 규모로 사무실을 유지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10일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파트너십포뉴욕이 맨해튼에 사무실을 둔 기업 18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시까지 사무실로 돌아온 직원은 10명 중 3명(28%)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내년 1월에도 사무실에 복귀하는 직원 비율이 4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캐스린 와일드 파트너십포뉴욕 최고경영자(CEO)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재택 근무 수요는 여전하다”며 “사무실과 일자리에 대한 관점이 영구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릭 애덤스 트위터

전통 기업들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여파로 세수 걱정까지 해야 할 지경에 이른 뉴욕시는, 최근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끌어들여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초 뉴욕시장에 당선된 에릭 애덤스는 지난 4일 “뉴욕은 암호화폐 등 고속 성장하는 혁신 산업들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첫 3개월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같은 달 3일에도 블룸버그 라디오에 출연해 마이애미시가 도입한 ‘마이애미 코인’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 뉴욕도 비슷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뉴욕시에 암호화폐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는지도 확인해 보겠다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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