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직종, '코시국'에 수입은 늘었지만...

한국고용정보원은 매년 다양한 직군 종사자를 설문 조사해 직업 관련 동향과 트렌드를 연구·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발간한 ‘2020 한국의 직업정보(2020 KNOW 연구보고서)’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인데요.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 19’가 국내 직업계에 초래한 변화를 들여다보았다 합니다.

537개 직업에 종사하는 재직자 1만6244명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시국에 소득이 가장 많이 오른 직업은 택배원이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택배업 종사자 중 63.3%가 소득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26.7%에 그쳤고, 감소 또한 10.0%에 불과했습니다.

비대면 영업이 확산하며 소득이 증가한, 또 다른 직업 중 하나로는 음식 배달원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중 36.7%는 수입이 늘었다 응답했습니다. 비록 56.7%는 변화가 없었다는 반응이었지만, 전 직군을 망라한 전체 응답자 중 소득이 늘어난 이가 불과 2.9%에 그친 것에 비하면 어려운 시국에도 상당한 선전을 했다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건강은 호황의 이면에서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최근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소개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택배원과 음식 배달원 중 상당수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이 지난 2017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환경 조사에 참여한 택배원 179명, 음식 배달원 128명 등 배달 서비스 종사자 307명의 직무 관련 건강 상태를 평가한 결과, 배달 서비스 종사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근골격계 증상은 상지 근육통이었습니다. 택배원은 37.2%, 음식 배달원은 19.2%가 해당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하지 근육통(택배원 28.5%, 음식 배달원 14.8%)과 요통(19.1%, 4.5%)이 뒤를 이었습니다.

택배원의 상지 근육통 호소율은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할 때 4.8배 증가했습니다. 음식 배달원은 휴식 시간이 부족할 때 상지 근육통 호소율이 3.9배 늘었습니다. 조 교수팀은 논문에서 “택배원은 승·하차를 반복하거나 중량물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반복돼 상·하지 근육통과 근골격계 질환을 빈번하게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수면장애(32.8%, 25.0%), 우울(1.9%, 1.3%), 불안(1.4, 1.5%) 등 정신과적 증상 비율은 택배원과 음식 배달원에게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수면장애 호소율은 택배원에게선 업무 스트레스가 심할 때(7.3배), 음식배달원은 휴식시간이 부족할 때(7.0배) 급증했습니다.

정신적인 요인과 신체 통증이 상호작용하는 현상도 관찰됐습니다. 택배원과 음식 배달원이 감정을 숨길 때 하지 근육통 호소율은 각각 5.1배, 3.6배에 달했습니다.

근무 시간은 음식 배달원이 택배원보다 대체로 길었습니다. 야간 근무·휴일 근무 비율도 음식 배달원이 더 높았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택배원은 상대적으로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음식 배달원은 근무 시간이 긴 대신 배달 시간이 11∼14시, 16∼24시에 몰려 있었습니다. 이를 활용해 14∼16시 사이에 쉬거나, 쉬고 싶을 때 호출을 적게 잡는 방법으로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택배원보다는 부담이 덜한 편이었습니다.

해당 연구는 코로나 19가 일상을 파고들기 전에 진행됐지만, 팬데믹(범유행전염병) 이후 택배원과 음식 배달원의 업무량이 폭증한 만큼 논문에서 다룬 질환은 훨씬 빈번하게 발병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실제로 ‘2020 한국의 직업정보(2020 KNOW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답한 직업 중 1위와 2위가 바로 음식 배달원과 택배원이었습니다. 온라인판매원과 가정의학과 의사, 응급구조사, 일반행정공무원, 방역원 등의 직군은 이들보다 아래 순위에 위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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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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