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너무 감추지 마세요

직장인 중엔 거짓말쟁이가 많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괴롭고 힘들어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도통 티를 내지 않는, 그런 가여운 거짓말쟁이들 말이죠. 실제로 지난 2018년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류지영 교수팀이 근로자 1만2186명을 조사한 결과, 무려 30.6%(3730명)가 감정을 숨기며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 유지에 있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감추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남들 앞에서 스트레스의 징후를 보이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으며 타인의 긍정적인 행동까지 은연중에 유도하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지난 13일(현지 시각) 영국 노팅엄트렌트대와 포츠머스대 연구팀이 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 발표한 ‘Signal value of stress behaviour’ 논문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약해졌음을 보이는 ‘스트레스 행동’에는, 사실 사회적 상호작용을 우호적으로 풀어나가게 해 주는 힘이 있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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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손톱을 물어뜯거나 안절부절못하거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흔히 하는 행위를 ‘스트레스 행동’이라 규정했는데요. 이들은 타인이 이 행동을 목격했을 때 관찰 대상의 스트레스 상태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게 되며, 그러한 스트레스 징후를 자주 보이는 사람에겐 보다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약함을 드러내 공격을 당하는 대신, 오히려 보호와 호의를 얻는 ‘스트레스의 역설’을 위해 스트레스 징후를 드러내도록 인간은 진화했다는 것이죠.

노팅엄트렌트대 제이미 화이트하우스 박사는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행동이 나와 경쟁하려는 사람들과의 부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보다, 나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으로 이어진다면, 이같은 행동이 진화 과정에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인간은 매우 협력적인 종이며, 이것이 바로 약점을 보여주는 행동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고자, 연구 참여자들이 통보를 뒤늦게 받는 바람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해야 했던 모의 발표와 인터뷰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습니다. 그런 다음 따로 모은 관찰자들에게 이 비디오를 보여주고 영상 속 인물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평가해 달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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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자들은 과제 수행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특히 심하게 받았던 참여자들을 거의 정확히 골라냈습니다. 별다른 배경 설명을 들은 바가 없었으나, 손톱 물어뜯기 등 ‘스트레스 행동’을 표출한 이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라 자연스레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의 예상대로, 인간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을 꽤 정확히 감지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결과죠.

또한 이처럼 스트레스를 유달리 더 받는 참여자에, 평가자들은 더 높은 수준의 호감을 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지점에서 인간이 스트레스 신호를 드러내도록 진화한 이유에 대한 단서를 엿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비디오 속 참여자의 모습이 평가자들에게 동정심을 유도하자 더 호감이 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나치게 속내와 울분을 억누르고 사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감정적으로 표현을 잘하는' 인물들이 타인에게 더 호감을 사고, 나아가 더욱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면도 있죠. 연구팀은 “약점을 나타내는 솔직한 신호는 ‘경쟁적인 상호작용’보다 ‘협력’ 의사를 내비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사회적 파트너 선택의 근거가 되는 ‘호감’이나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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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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