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도 근무로 인정', 우리도 가능할까

일본 매체인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에 자리 잡은 건설 회사 ‘오다시마’는 올해 들어 전례 없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바로 출·퇴근에 소요한 시간까지 근무의 연장선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오다시마의 정규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입니다. 직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전 8시 전까진 사무실에 얼굴을 비춰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출근하는 동안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으로 간단한 서류 작성만 해도 근로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근길 역시 같은 원리로, 돌아가는 동안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하면 오후 5시 20분 전에 사무실을 떠나더라도 조퇴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출근하는 동안 업무를 해 근로 시간을 인정받는 모습./오다시마 공식 인스타그램

제도를 도입한 이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회사를 운영하는 오다시마 나오키씨입니다. 그는 “젊은 직원을 사로잡을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한 시도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오다시마는 164명 중 102명이 10~20대 청년인, 건설업계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젊은 회사’라 합니다.


직장인이 출·퇴근에 개인 시간을 적잖이 뺏기는 것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사람인이 지난해 2월 직장인 15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왕복 기준으로 일평균 64분에 달했습니다. 한 달에 20일을 근무한다 가정하면 매달 약 21시간가량을 길 위에 버리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오다시마처럼 출·퇴근에 쓰는 시간까지 근로로 인정해 준다면 삶의 질이 대폭 개선될 듯합니다만. 통상적인 상황에선 아무래도 기대를 품어 보기가 쉽진 않을 듯합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제3항에선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을 해 두고 있습니다. 웬만해선 출·퇴근 시간 동안엔 상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거나 내려오는 작업 지시에 곧장 대응하진 않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장이나 외근은 이동하는 시간도 근로로 치는데요?’라고 되물으실 수도 있는데요. 이는 근로기준법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제1항에서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방법이 아주 없는 것까진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은 제58조 2항에서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고용주와 근로자 사이에 출·퇴근 시간까지 근무로 간주한다는 서면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기업에도 오다시마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가망이 있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 국내에선 출·퇴근을 위한 이동 과정까지 근로로 쳐주기보다는, 차라리 재택근무를 활성화하며 출·퇴근 시간을 아예 없애는 방향이 대세인 편입니다. 지난달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만5000명이던 재택근무자는 지난해 114만명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비율로 환산했을 때 2019년에는 전체 취업자 중 재택근무자가 0.3%에 그쳤지만, 현재는 4.2%가 재택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재택근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예단하기 어려우나, 우리나라와 같이 출퇴근 소요시간이 길고 IT 인프라가 발달한 경우에는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하게 된 계기 자체는 코로나 19의 광범위한 창궐이었으나, 상당수는 팬데믹(범유행전염병)이 종식되더라도 재택근무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1년도 고용영향평가'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 중 75.2%는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도 재택근무를 현재 수준으로 계속 시행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 중 상당수는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생산성에 차이가 없었거나(53.6%),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경험(18.7%)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재택근무는 출·퇴근 부담 등을 덜어내 직무만족도를 높이며,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동시에 업무 집중을 도와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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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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