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하나 잘못 채용해 협회가 파산했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연방 파산법원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체조협회와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가 협회 관계자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500여 명에게 3억8000만달러(약 4500억원)를 지급하는 합의안을 승인했습니다.

이 대규모 성폭행 사건의 주범은 미시간주립대 의대 교수이자 전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였습니다. 그는 1986년부터 30년간 대표팀 선수들을 관리하며 선수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체조 여왕’으로 유명한 시몬 바일스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나사르에게 직접 고통받은 피해자는 무려 300여명에 달했습니다. 나머지 200여 명은 미 체조협회 관계자들에게 학대를 당했다 증언했습니다.

래리 나사르./biographied.com

협회는 2015년에 이미 나사르의 성범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그에게 ‘조용한 은퇴’를 종용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습니다. 협회뿐 아니라 USOPC도 나사르를 관리·감독할 책임을 방기하고 선수 보호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협회와 USOPC에도 배상 책임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들뿐 아니라 나사르가 속한 대학이던 미시간주립대도 피해자들의 호소를 무시한 과오가 있었기에 지난 2018년 이사회에서 피해자 332명에게 5억달러(약 5915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나사르는 지난 2018년 법원에서 최장 175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입니다.

합의가 파산법원에서 이루어진 이유는, 피해자 증언이 속출하며 이 사건의 합의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미 체조협회가 지난 2018년 파산 보호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합의금은 USOPC가 직접 감당하는 3400만달러(약 403억원)에 보험금을 더해 마련했습니다. 2018년부터 USOPC 위원장을 맡아온 사라 허쉬랜드는 “우리 조직을 혁신하려면 재정 문제 해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 인디애나폴리스 연방 파산법원./미 인디애나폴리스 연방 파산법원 홈페이지

합의문에는 재발 방지 등 비금전적인 조항들도 포함됐습니다. 체조협회 변호사인 캐서린 스티지는 공판에서 “합의금은 법이 내놓은 방책일 뿐, 이미 일어난 일을 온전히 보상해 줄 순 없다”며 “학대 생존자들이 이사회와 계속 협력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USOPC는 “미국 체조계는 상처를 견뎌야 했던 선수들께 사과드리며,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피해자들은 체조계의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용기를 내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나사르의 범행을 최초 폭로했던 레이철 덴홀랜더는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변화다”며 “저지른 잘못에 대해 내리는 조직의 정확한 평가가 다음 세대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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