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종사자 20% 감소... 보험설계업계에 무슨 일이

올해 들어서만도 종사자가 4분의 1 가까이 줄어든 직종이 있습니다. 바로 ‘보험설계사’인데요. 생명보험협회가 제공하는 금융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9만4327명이었던 기업 전속 보험설계사 수는 8개월 만에 7만858명까지 감소했습니다. 한 해가 지나기 전에 무려 25%가량이 짐을 싼 셈인데요.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며 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탓도 물론 있으나, 가장 결정적인 계기로 꼽히는 것은 올해 7월부터 발효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입니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특고(특수형태고용직) 고용보험 세부 시행방안 등을 담은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요. 이에 따라 독립사업자(자영업자)로서 계약을 맺은 근로자인 보험설계사 역시 고용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험료율은 특고 종사자 보수의 1.4%로, 보험설계사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합니다. 다만 노무 제공 계약에 따른 월 보수가 80만원 미만이면 고용보험 의무가입에서 제외하는데요. 보험설계사의 경우 실질적인 고용보험 의무가입 커트라인은 기본소득 월 80만원에 기준경비율 23.9%를 적용해 약 105만원으로 잡힙니다. 그러자 보험대리점은 자연히 이윤은 거의 없는데도 고용보험비는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소득이 ‘105만원 언저리’인 보험설계사 정리에 나섰죠. 실제로 금융통계월보에서도 입법예고 시기인 3월 직후, 전속설계사 숫자가 고작 1개월만에 20% 이상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협회 금융통계월보

게다가 업계에 새로 진입한 ‘새내기 설계사’도 대부분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내 보험설계사 규모는 당분간 축소 양상을 유지할 전망입니다.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개 생명보험사 설계사의 상반기 기준 13개월 차 평균 등록 정착률은 41.5%였습니다. 보험설계업에 뛰어들어 1년 이상 정상적으로 영업한 이의 비율이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보험설계사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여파로, 계약은 유지되나 관리자를 상실한 ‘고아 계약’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설계사가 이·퇴직했으나 다른 설계사에게 이관되지 못한 채 담당자가 공백으로 남은 ‘고아 계약’이 439만건에 달했습니다.

홍 의원은 “잔여 수당이 적은 보험계약은 설계사들이 이관받기 꺼려 장기간 고아 계약으로 방치되기도 한다”며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이러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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