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당신, 번아웃에 빠지긴 더 쉽다는데

“근로자 중 63%는 오는 2022년에 퇴사할 계획이며, 그들의 결심을 부추긴 가장 주요한 요인은 ‘번아웃(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지난달 26일 미국 매체 CNN이 보도한, 컨설팅 기업 프리딕티브 인덱스(Predictive Index)의 조사 내용입니다. 이들은 15개 이상 산업 분야에서 종사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0%에게서 ‘이미 탈진한 상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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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딕티브 인덱스에서 재능 최적화 부문을 맡은 재키 듀브 상무는 “구성원이 대거 퇴사하는 사태를 피하려면 조직이 그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업무 유연성을 보장해 주거나, 넉넉히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네 상황도 그들과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 지난해 6월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국내 만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91.5%가 평소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명 중 3명(31%)은 스트레스를 매우 자주 경험하고 있다 응답했으며, 이와는 반대로 스트레스를 거의(8%) 혹은 전혀(0.5%) 느끼지 않는다 말한 직장인은 비교적 드물었습니다.

자신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 응답한 비율도 38.6%로, 프리딕티브 인덱스 조사 결과와 거의 흡사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66.2%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함을 느낀다 말했고, 일에 지친 탓에 업무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는 직장인도 10명 중 7명(70.8%)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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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더 스트레스 앤드 리질리언스 연구소(The Stress & Resilience Institute)를 설립해 줄곧 번아웃을 연구해 오고 있으며, 지난 3월 저서 ’Beating Burnout at Work: Why Teams Hold the Secret to Well―Being and Resilience'를 펴낸 폴라 데이비스는 책을 통해 “리더의 조직 관리 역량이 부족한 탓에 조직원들이 번아웃을 겪을 수 있으나, 현시대 기업 대부분은 탈진이 오는 근원을 직원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직무 요구가 직무 자원을 넘어설 때 번아웃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직무 요구와 직무 자원의 균형을 기업 차원에서 바로잡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상당한 감정 소모를 해야 하는 고객과의 교류 등 개인의 노력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압박을 직무 요구로 정의했고, 반대로 리더의 지원과 인정, 동료들과의 원활한 관계 등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에너지를 주는 요소들을 직무 자원으로 분류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직장인 19만5600명의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30대(25.3%)와 40대(30.2%), 50대(16.8%)에 걸쳐 ‘직무 요구’가 가장 중대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됐으며, ‘(부족한)직무 자율성’(25%)이 스트레스 요인 1위를 기록한 20대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직무 요구’(23.1%)가 뒤를 이었습니다. 데이비스는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이라도 직무 요구가 지나치면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며 “그렇기에 조직 차원의 개선이나 업무 조정 없이 개개인의 의지나 노력을 탓하는 태도로 일관해선 조직원의 탈진을 결코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자바나 컨설팅 대표인 매튜 플러머는 지난 2018년 6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How Are You Protecting Your High Performers from Burnout?’에서 고성과자일수록 번아웃을 맞이하기가 오히려 쉬우며 조직이 그들에게 주는 업무량 조절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많은 조직에서)고성과자는 결국 저성과자의 업무까지 가져와 처리하게 되며, 고성과자들은 결국 여러 자잘한 일회성 업무에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허비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며 보상에 불만을 품는다”고 했습니다.

플러머는 또한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멘토-멘티로 붙이는 대신 오히려 고성과자 2명을 팀으로 짜는 전략도 제안했습니다. 그는 “직급이 비슷한 고성과자끼리 업무를 진행하도록 하면 서로에게 자극을 받아 더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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