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줄어드는 은행, 대신 채용 늘린 직군은

그러잖아도 시대를 막론하고 넓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던 ‘행원(行員) 등용문’이, 올해는 한층 더 좁아질 전망입니다.

4월이 되도록 5대 시중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중 상반기 공채 계획을 내놓은 곳은 NH농협은행 하나뿐입니다. 지난 2월 22일에 서류 접수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은 신규로 340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온라인 인·적성 검사와 필기시험, 면접을 거쳐 이번 달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NH농협은행

하지만 나머지 은행 4곳은 아직 상반기 공채 계획을 내놓은 바가 없습니다. 예전부터 상반기엔 신입 행원 공채를 하지 않았던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해 상반기엔 공채를 진행했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마저도 올해 같은 시기에 새 직원을 뽑을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합니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고려해 논의 중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알렸으며, 우리은행도 "현재 상반기 채용계획은 정식 신입공채라 말하긴 어려운 20명 규모 특별공채만 계획돼 있으며, 향후 계획은 아직 수립 중으로 코로나19 및 인력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만일 NH농협은행을 제외한 은행 4곳 전부가 끝내 상반기 신입 행원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 신입 입사자는 340여명에 그치게 됩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에 500여명이 입사했던 것에 비하면 65%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실 은행은 예전만큼 행원을 많이 필요로 하진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4대 시중은행 영업소 통폐합 현황’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5년 말 3513개소에서 지난 8월 말 2964개소로 549개소(15.6%) 줄었습니다. 4대 시중은행 재직자 규모도 2015년 6만6865명에서 2020년 8월 5만9295명으로 7570명(11.3%) 감소했습니다. 배 의원은 “영업점 통폐합과 그로 인한 폐점이 가속화된 결과”라 해석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시중은행의 전체적인 채용 규모 자체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행원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디지털 인재’ 채용은 예전보다 대폭 늘었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ICT 분야에 걸쳐 인력을 수시채용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 또한 지난해 상반기 디지털·IT 부문 등에서 65명을 수시채용으로 선발했습니다. 우리은행도 현재 빅데이터사업부, 디지털 제휴·신사업 등을 이끌어갈 인재를 수시채용 중입니다.

신한은행은 “장차 디지털, ICT 분야 수시 채용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KB국민은행도 "빠르게 변하는 은행업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ICT와 핵심성장 부문은 수요에 따라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태블릿 PC를 활용한 신한은행의 디지털 상담 서비스 ‘쏠깃(SOL kit)’./신한은행

다만 시중은행이 원하는 만큼의 인력을 순조롭게 충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각계에서 디지털·IT 인재를 고액 연봉으로 모시며 ‘개발자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1일 넥슨이 개발 직군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리겠다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가 연달아 신입 개발자의 초봉 인상을 선언했고,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도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높이겠다 발표했습니다.

넥슨 판교 사옥./넥슨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엔 네임밸류와 안정성이 앞섰던 시중은행이 아무래도 핀테크 업계나 게임사보다 선호를 받는 편이었지만, 은행의 위상과 정년보장 메리트가 예전만 못한 데다 초봉과 복지까지 별반 나을 것이 없어진 요즘 상황에선 우리가 ‘디지털 인재 영입 전쟁’에서 우위에 있다 단정하긴 어렵다”며 “우수한 인력의 눈을 은행 쪽으로 돌리려면 시중은행에서도 경쟁업체 못지않은 대우와 보상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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