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AI 채용하면, '인건비'는 얼마나 들까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018년 5월에 발간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서, 한국인 1136만명의 일자리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다 진단했습니다. 이는 당시 국내 전체 취업자 중 약 43%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가능성만을 논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세상일이 대개 그렇듯, 도입을 본격적으로 고려하자면 기술 수준보다는 비용 쪽이 오히려 문제가 될 것입니다. 눈 덮인 연병장에 힘세고 강한 제설차 대신 피로하고 지친 보병을 투입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이 암만 발전한들 가격 대비 성능이 영 좋지 못하면 기업으로선 굳이 멀쩡한 사람을 기계로 갈아 치울 이유가 없을 테죠.

야! 신난다/픽사베이

그렇다면 실제로 AI를 운용하는 데엔 비용이 얼마 정도나 들까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AI일, 인류 최강 바둑기사로 꼽히는 이세돌 9단과 접전을 벌였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를 예로 들어 헤아려 보겠습니다.

/구글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알파고는 지난 2016년 3월에 열린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전력을 시간당 약 56kW 소비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여름에 흔히 쓰는 스탠드형 에어컨의 시간당 최대 전력 소모량이 대략 1.8kW 정도입니다.

인간 대신 알파고를 고용해 매달 하루 8시간씩 주휴일 포함 25일간 근무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경우 알파고는 매달 56(kW)x8(hr)x25(d)=총 1만1200kW씩 전력을 소모합니다. 물론 알파고라고 한들 웬만해선 야근을 피할 순 없겠지만, 계산 편의를 위해 여기에선 정규 근무 시간만을 셈에 넣겠습니다.

휴먼…/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을 매길 때 ‘계약전력’이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하루에 15시간씩 계약전력만큼의 전기를 쓴다 치고 미리 한 달간의 전기 사용량을 정해 이를 초과하면 추가 요금을 받는 방식인데요. 알파고는 계약전력을 25kW로 잡으면 25(kW)x15(hr)x30(d)=1만1250kW가 돼 한도를 넘어서지 않습니다.

이를 주택용(고압) 요금제에 대입해 계산하면 알파고에 드는 한 달 전기요금은 2021년 3월 기준으로 267만1280원이 나옵니다. 다만 알파고를 부하로 부릴 정도의 사업체라면 거의 틀림없이 산업용 요금제를 쓸 테니, 이에 근거해 다시 계산하면 산업용(갑) Ⅰ 고압 A 선택Ⅱ 기준으로 2021년 3월 한 달 전기요금이 95만8560원까지 떨어집니다. 2021년 최저임금을 근거로 산출한 월 급여가 182만2480원이니, 알파고가 별도 급여를 요구하지 않는 한 인건비가 사람에 비해 반 정도만 드는 셈입니다. 게다가 AI가 소모하는 전기량은 급속도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중국랭킹 1위 바둑기사 커제 9단과 맞붙은 ‘알파고 마스터’는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합니다.

/중국국제텔레비전(CGTN)

퇴직금, 국민연금, 건강·고용보험, 주거·식사·교통·교육 등 복지비, 채용·교육비 등 인간 사원에 드는 ‘간접비용’까지 추산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집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9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당 간접노동비용은 월평균 109만원 가량이었습니다. 알파고는 유지보수와 수리에 돈이 들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거야 이세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의미 있는 차이가 날 듯 하진 않습니다. 즉, AI가 고도로 발달하면 인간이 가격 대비 성능비, 달리 말해 ‘가성비’ 면에서 압도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AI는커녕 키오스크 수준의 기계만으로도 인간의 일자리가 다수 잠식당한 상황이니 아주 허황된 추정까진 아닐 테죠.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비관적인 전망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AI 때문에 사라지는 직업 규모를 상쇄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3월 발표한 'AI를 위한 준비: AI가 아시아의 일자리와 역량에 갖는 의미’ 백서에서 “아세안 6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2028년까지 산업과 직종 전반에 걸쳐 미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를 들어 중국의 전체 고용률은 AI로 발생한 소득효과만으로도 2037년까지 12%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도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래의 일: 지능화된 기계의 시대에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보고서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개발된 컴퓨터 및 인터넷 기술이 최근 20년간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AI와 로봇 분야의 혁신은 미래 20년의 일자리 혁신과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경제포럼(WEF) 또한 지난 2018년 선진 20개국에서 1500만 명을 고용한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발전으로 일자리 7500개가 사라지는 대신 새 일자리 1억3300만개가 탄생하리라 예측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고용 증가 혜택을 누리려면 근로자가 새 시대의 기술을 충실히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기술에 따른 고용 증가에 무조건 편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훈련과 교육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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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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