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절대강자 애플, 다시 '재발명'을 이뤄낼 수 있을까? (2)

애플이 아이폰 발매와 동시에 앱스토어(App Store) 생태계 구축을 완성한 것도 혁명적인 발상이다. 애플의 폐쇄적인 운영체제는 개발자들이 제조사의 압력에서도 자유롭고 불법 복제와 다운로드 위협에서도 해방되어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한 회사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모두 오너십을 가지고 있어 보안성 높고 쾌적한 실행을 보장할 수 있다. 다만, 점유율의 낮아지는 경우 그들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잊혀지거나, 표준에서 벗어난 별종으로 갈라파고스 신드롬(Galápagos syndrome)이 될 위험성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과거 PC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던 자사의 ‘매킨토시’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고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의 기본을 충실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에, 아이팟에서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애플 스마트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 내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문화는 상당히 움츠러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팀 쿡 CEO가 이끌고 있는 애플은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과 애플 워치, 에어팟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최근 10년 간 시가총액 10배 상승, 모바일 기기 OS 시장 점유율은 단일종으로서 약 30%라는 높은 수치로, 비즈니스의 양적 측면에서 매우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한국,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상의 아이폰의 위상은 매우 높고, 그야말로 부귀와 플렉스의 상징이며 심한 경우, 메시지 어플리케이션 따위로 아이폰이 아닌 것이 밝혀지는 경우 따돌림을 당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은 강력한 내부통제로 보안이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내 조직문화를 비롯해 내부에서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으며, 구성원들은 개별적인 언론 접촉이 금지돼 있고, 퇴사 이후에도 서약서 등을 통해 이를 발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어떤 인사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무슨 가치를 진정으로 존중하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는 셈이다. 2010년대부터 애플의 조직문화에 대해 언급한 기사와 서적들은 꾸준히 발행되고 있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애플 내부에 ‘쓸데없이 업무 외적인 부분에 호기심을 가지지 말라’는 기류가 있다는 것이며, 비밀주의에 대한 집착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유난스러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것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에 아이폰 1세대 출시와 같은 혁신적인 모먼트는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의 애플은 안정과 성장이 혁신보다 우선적인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3년 하반기부터 미국 월가에서는 인공지능(AI) 사업 기반이 약한 애플이 미국 시총 1위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는데, 2024년 1월, 드디어 글로벌 AI 절대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탈환 당하고 말았다. 뒤를 이어 자체 생성형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닷컴이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지 않은 애플이 앞으로 좀 더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애플 마니아(Apple Fanboy)들은 이번 비전프로의 출시가 2007년의 ‘재발명’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애플에 가져다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팀 쿡도 비전 프로와 관련해 “비전프로 개발 중 5천 여개의 특허가 등록됐다. 미래 기술의 정수가 모인 비전프로가 다시 한 번 애플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AI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앤데믹으로 인해 거품이 꺼져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통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대세를 거스르는 헛발질이 될 것인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선구자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에 대해 애플의 경영진과 핵심 엔지니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전식 터치스크린에서 손가락 터치 입력체계의 위대한 역사를 시작한 애플이 비전프로를 통해 허공에서 시선과 제스처를 이용한 입력체계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riter

THE PLLAB INSIGHT
지식과 정보가 즐거움이 되는, 더플랩 인사이트
작성글 보기

Reply 0

Best 댓글

댓글

해당 게시물에 댓글이 없습니다.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