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직'을 아시나요?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IT 엔지니어 자이드 펠린(Zaidle ppelin)은 지난 7월 숏폼 플랫폼 틱톡에 하나의 영상을 올립니다. 이 영상엔 “일이 곧 삶은 아니고, 당신의 가치가 업무 성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해당 영상은 20일 기준 35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4600여개의 댓글과 49만개의 좋아요가 달리는 등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한 2030 세대 직장인들이 해시태그 #조용한사직을 단 영상을 틱톡에 잇따라 올리며 이슈를 확산시켰습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일을 삶의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열풍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조용한 사직이란 실제 퇴사를 하진 않지만 마음은 일터에서 떠나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한국의 워라벨과 유사하지만 그보다 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방식입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6월 미국 직장인 1만 509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0%의 직장인이 심리적으로 회사와 격리된 ‘조용한 사직자’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선 ‘조용한 사직’에 대해 새롭지 않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293명을 조사한 결과, 70%는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답한 비율은 20대(78.5%)와 30대(77.1%)가 40대(59.2%)와 50대(40.1%)보다 더 높았습니다.

현시점에 조용한 사직이 세계적 유행이 된 데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코로나 유행 초기 대대적 해고가 발생했고, 이후 직장에 남은 직원들이 과로에 시달린 결과가 조용한 사직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허슬 컬처(hustle culture)’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성장·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라는 설명입니다. 허슬 컬처는 스타트업처럼 이른 시일 안에 급성장을 추구하는 조직이 지향하는 문화입니다. 구성원의 업무 의욕을 고취할 수 있지만, 직원이 지쳐서 포기하는 ‘번아웃(burn out)’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3일 마크 월시 미국 노동부 장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용주는 직원이 만족 못 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걸 빠르게 알아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기 미국은 일명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를 맞았습니다. 원격근무를 지원하지 않거나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퇴사하는 노동자가 급증했습니다.

미디어 컨설팅 기업 CEO인 에드 지트론은 미 NPR 방송에 출연해 “(조용한 사직은) 직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추가 보상 없는 과로 문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의 방식에서 유래했다”라며 “이는 ‘적게 일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받은 만큼 일하고 추가적인 의무를 지지 않으며 할당된 시간을 초과해 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현상을 타개하고 싶다면 초과 근무에 수당을 지급하면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 15일 조용한 사직 흐름을 주목하며 “회사는 필요할 때 기꺼이 나서는 인력으로 굴러가게 돼 있다”라며 “이런 추세는 회사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도 좋지 않다”라고 진단했습니다.

HBR은 조용한 사직이 퍼지고 있다면 ▶직원의 핵심업무를 재정의하고 ▶직원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지원해야 하며 ▶건강에 해로운 ‘허슬 문화’ 대신 ‘주인의식 만들기’로 대체해 지속 가능한 문화를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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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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