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걱정만 할 때가 아니었네

금연을 시도했던 분들이 ‘귀납 논증’으로 추정했던 속설 중 하나가 실제로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바로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찐다’는 주장입니다.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를 통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감소가 체질량지수와 몸무게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13~2016년 한국의료패널 조사에 모두 참여한 20대 이상 인구 중 임산부를 제외한 3만5280명을 대상으로 흡연 여부와 체중·체질량지수(BMI)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기간은 2500원이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80%가량 올랐던 2015년 1월 전후 4년간입니다.

분석 결과 담뱃값이 인상 전인 2013년의 흡연율은 20%였습니다. 인상 뒤인 2016년엔 그 수치가 17.7%로 하락해,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기간에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금연을 하자 몸무게가 평균 3.09㎏, 체질량지수가 1.3만큼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담배를 피우면 몸무게가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간 여러 의학 논문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니코틴이 신체 조직 내에서 부분적으로 지방 분해를 증가시키고 지방 조직의 열 생성을 늘려 몸무게를 감소시킨다는 해석이었습니다. 다만 의학적인 메커니즘 설명을 넘어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된 바를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습니다. 논문은 “그간 '금연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과 의학적 분석은 있었지만, 패널 분석을 통해 흡연과 몸무게의 인과 관계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만은 흡연과 함께 국가 의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이므로, 금연뿐 아니라 비만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연간 사회적 비용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0.7%인 11조5000억원(2016년 기준)에 달합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담배가격 인상이 국민들의 흡연율은 낮췄지만 몸무게를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됐다"며 "흡연 못지않게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국내 보건의료정책은 비만보다는 흡연에 상대적으로 집중해왔다"며 "향후 금연 정책을 강화할 때 비만율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초래되지 않도록 비만율 감소를 위한 보건정책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비만으로 인해 사회가 감당하는 손실 규모가 흡연보다도 크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16일 발표한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비용 연구: 2015~2019년을 대상으로’ 정책보고서(이선미·김경아·라규원 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음주와 흡연, 비만 등 건강위험요인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는 총 41조811억원에 달했으며, 건강위험요인별 사회적 손실 규모는 음주 36.1%, 비만 33.1%, 흡연 30.8% 순이었습니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지출한 직접 의료비는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간병비와 교통비, 그리고 질환으로 조기 사망해 발생하는 미래 소득 손실액과 일하지 못해 생기는 생산성 손실액 및 저하액까지 직간접 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손실 규모를 따졌을 때 비만이 흡연을 오히려 앞선다는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기준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2조8677억원으로 2015년 11조4605억원에 비해 12.3% 늘었습니다. 비만은 2019년 기준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총 13조8528억원 들어 2015년의 11조606억원 대비 25.2% 증가했습니다.

항목별로 보면 비만은 의료비가 5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생산성 저하액 19.1%, 생산성 손실액 13.0%, 조기 사망에 따른 미래 소득 손실액 10.0%, 간병비 3.3%, 교통비 1.2%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흡연은 조기 사망에 따른 미래 소득 손실액이 35%로 비용 중에서 가장 비중이 컸고, 이어 의료비 30.1%, 생산성 저하액 21.8%, 생산성 손실액 8.4%, 간병비 4.45%, 교통비 0.3% 등 순이었습니다.

연구팀은 "2019년 3대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흡연과 음주의 경우 2015년과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줄어들었지만 비만은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Writer

THE PLLAB INSIGHT
지식과 정보가 즐거움이 되는, 더플랩 인사이트
작성글 보기

Reply 0

Best 댓글

댓글

해당 게시물에 댓글이 없습니다.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