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여파가 우리 경제를 덮친다

현대차가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는 26일 울산 1~5공장 전체에서 특근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인 19일에 연이은 전 공장 가동 중단 통보입니다. 일요일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근무를 거의 편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2주에 걸쳐 주말에 공장이 ‘올 스톱’하는 상황은 이례적입니다. 제네시스 GV70, GV80 등을 생산하는 2공장과 현대차 팰리세이드, 스타리아, 포터 등을 생산하는 4공장은 거의 빠짐없이 토요일 특근 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사태의 주원인은 2년 가까이 지속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공급망 붕괴까지 겹친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 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와이어링하니스(전선뭉치)까지 수급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중국 산둥성의 와이어링하니스 공장들이 가동을 멈춘 데다, 중국 정부가 일부 도시를 봉쇄하고 항구를 폐쇄하면서 교통 또한 원활하지 않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생산라인이 온전하진 않습니다. 일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조립 차량 없이 가동하는 ‘공피치’ 방식으로 운영하며 생산물량을 조절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21일에는 각 공장별로 공피치가 수백 건 가량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포터 생산라인은 와이어링하니스 부족으로 공피치가 400여 대 이상 발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는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부터 중소기업 피해접수센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신고를 총 44건을 접수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피해 유형별로는 대금 미회수 관련 피해가 70%(31건)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11%(5건)에 달하는 물류 지연·중단이었습니다. 계약 및 납품 보류·중단에 따른 수출 감소는 9%(4건)로 집계됐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국내 R&D(연구개발)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원자재 수급, 거래·생산, 기술협력 활동 등 다방면에서 차질이 예상됐으며, 주로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발생할 전망입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기업연구소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R&D 기업 피해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9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333개사 중 194개사(58.3%)가 직·간접적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피해가 발생했다 응답한 기업 중 80.9%는 매출, 생산 등 직접적인 방면에서 피해를 받았으며, 나머지인 19.1%는 기술자 교류 등 부문에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44.1%는 러시아와의 거래 관계에서, 15.1%는 우크라이나와의 거래에서, 9.2%는 양국 모두와의 거래에서 손해가 있었습니다. 31.5%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외의 벨라루스, 중앙아시아 등 인접국과의 거래에서 간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았다 답했습니다.

피해 발생 유형으로는 원자재 가격 및 수급 문제(27.2%), 거래 제한 및 생산 차질 피해(26.0%)가 주류였으며, 결제·환차손 피해(16.7%), 수출입 등 협상 중단(12.1%)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응답한 기업 중 67.5%는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기업의 R&D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주요한 이유로는 경영 환경 악화에 따른 R&D 투자 활동 위축과 기술협력 활동의 차질 등이 꼽혔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R&D 지원책으로 긴급 R&D 자금 지원(40.4%), 추가 R&D 세액공제 지원(30.4%), 시험용 부품·재료 공급 지원(18.7%), 기술협력 활동 관련 지원(7.6%) 등을 요청했습니다.

마창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수한 기초기술을 보유한 나라이며 최근 기술상담회 등 우리 기업들과의 기술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지역으로, 이번 사태가 악화되면서 관련 기업의 R&D 추진에 타격이 예상되므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자가 가로되, 무기란 상서롭지 못한 기구로, 자연은 그리하여 이를 미워하니, 깨달은 사람은 이것을 쓰지 않는다(夫唯兵者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피해에 미루어 보매, 이와 같은 옛 선인의 말은 틀린 데가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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