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전략 물자'를 시장에 긴급 방출했다

업계와 직종을 불문하고, 유비무환(有備無患)은 만고의 진리로 통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시장 변화나 외부 위험이 갑작스레 육박해 오더라도 평시에 대비를 철저히 했다면 돌파구 모색이 한결 쉬워지기 마련인데요. 최근 캐나다에서 이를 잘 보여주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영국 BBC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캐나다 정부가 지원하는 단체인 퀘벡메이플시럽생산자연맹(QMSP)이 그간 저장해 두었던 메이플 시럽 중 2200만kg을 시장에 풀 예정이라 보도했습니다. 이는 총 비축분 대비 절반 가까운 양이라 합니다.

QMSP의 메이플 시럽 비축고는 그 넓이가 축구장 5개를 합친 것과 비슷합니다./QMSP

BBC에 따르면 코로나 19 창궐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까지 겹치며 올해 메이플 시럽 수확량은 전년 대비 25%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판매량은 오히려 36%가량 증가하며 물량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했는데요. 엘렌 노르망댕 QMSP 대변인은 “코로나 19 확산을 막고자 이동 제한이나 재택근무 등의 조치가 시행되며 각 가정에서 메이플 시럽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19 창궐 사태가 오래도록 지속된 여파로 시럽 채집 시스템과 유통 공급망까지 위태로워지자, 예견된 대란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비상조치를 발동한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깟 시럽쯤 좀 덜 먹거나 다른 제품을 대신 쓰면 되지 않느냐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캐나다에선 그리 쉽게 꺼낼 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캐나다에서의 메이플 시럽 위상은 한국에서의 김치를 웃도는 수준이며, 현지에선 메이플 시럽 공급이 끊기거나 미국과의 아이스하키 대결에서 패배하면 폭동 발발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정도입니다. 이처럼 국가 관리와도 연관이 될 정도로 중요한 물자인 만큼, QMSP는 유사시를 대비한 저장 물량을 아예 ‘전략적’ 메이플 시럽 비축(The Strategic Maple Syrup Reserve)이라 부르고 있죠.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검은돈’ 中 ‘메이플시럽은 누가 훔쳤을까’에 등장한 캐나다의 ‘메이플 시럽 변호사’./넷플릭스 ‘검은돈’

QMSP는 내년엔 메이플 시럽 비축분을 700만통(약 300만kg)가량 추가 확보해 ‘시럽 기근’의 도래를 저지할 계획을 세웠다 밝혔습니다. 노르망댕 대변인은 “퀘벡인과 캐나다인이라면 메이플 시럽이 거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고도 말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은 우리의 일부이고 문화이며, 집집마다 메이플 시럽에 얽힌 이야기가 존재한다”며 “우리나라 가정에서 메이플 시럽을 먹지 못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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