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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직원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자원을 쓰지만 상대적으로 오프보딩에는 소홀해왔다. 퇴사하는 직원은 형식적인 HR부서와의 인터뷰, 인수인계, 장비 반납, 퇴직금 등 대한 설명을 들을 수는 있지만 그걸로 끝이다. 심지어 무례한 보스들은 퇴직 예정자를 자신의 리더십에 흠집을 낸 배신자로 취급하며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팬데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글로벌 노동 시장은 점점 더 유연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직장인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4.1년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제 기업들은 오프보딩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증가하는 이직률과 진화하는 노동 시장에 직면한 가운데, 글로벌 컨설팅 기업 및 글로벌 빅테크들이 활용하고 있는 기업 동문 프로그램(Corporate Alumni Program)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직원이 퇴사하면 도망자,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 대신, 반대로 동문 멤버(Alumni Members)로 임명하며 우대하는 것이다.
최근 관련 연구¹에 따르면 동문 프로그램은 기업의 인재 네트워크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업 동문은 브랜드 앰배서더, 인재추천, 복귀(부메랑직원), 그리고 외부에서의 지식과 정보 공유를 통해 기업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리더들은 회사를 떠났지만 성과가 높았던 사람들에게 반기 단위로 연락을 취하며 시장 상황과 함께 그 사람의 커리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학습(또는 친목) 모임을 개최하고 멤버들의 근황을 체크할 수 있는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운영도 나쁘지 않다. 이러한 관계는 퇴직자들의 호의를 계속 이어지도록 만들고 공유된 지식으로 인해 단기적인 성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떠나간 직원들이 종종 그들이 기대한 것만큼 행복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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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동문 프로그램이 점점 조직에 유익한 것으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소개된 바가 거의 없다. 다만 경영 컨설팅 회사들은 이러한 동문 제도를 꽤 일찍부터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었는데, 비즈니스 특성 상 퇴직하는 컨설턴트와 파트너들이 결국 회사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McKinsey & Company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날 때가 아니라 입사하자마자 동문 네트워크에 등록된다. IBM과 Accenture는 각각 ‘Alumni Network’를 운영하고 있다. 전 직원들뿐만 아니라 현재 직원들에게도 열려 있으며, 업무 리소스 및 전문 지식 교류를 제공하고 있다. 전ㆍ현직 직원들 간의 소통과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촉진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퇴직 예정인 직원들에게도 교육 및 전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KPMG는 매우 강력한 동문 프로그램은 운영 중이다. 자사 홈페이지에 별도의 Alumni 사이트를 마련했으며 국가별로 별도의 페이지가 있고 담당자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가별 동문 프로그램에는 비즈니스 및 사교 행사, 지역 취업 기회 및 KPMG 뉴스가 포함되고, 재직했던 오피스가 있는 국가 또는 현재 근무 또는 거주하는 곳의 동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 상세한 안내가 기재되어 있다. 재직한 기간 열정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고, 퇴직한 컨설턴트의 경력을 지원하며 이전 동료들과 다시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Alumni 사이트에서는 각종 제증명 서류 신청, 행사 및 채용정보 제공, Business 협력 제안 등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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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업 동문 프로그램은 퇴직자에 관한 네트워크 동기가 명확했던 경영 컨설팅 회사들을 중심으로, 마치 대학이 졸업생을 대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이 분야를 주도해 왔다. 하지만 이제 팬데믹을 거치며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대이직시대가 성큼 다가온 지금,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인센티브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곧 은퇴할 베이비붐 세대의 지식과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부분 은퇴 전의 활동에 중점을 둔다. 동문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조직은 은퇴 후에도 비공식 네트워크의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은퇴한 동료에게 정보와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HR부서는 기업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할 때 지원과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퇴직자 포트폴리오를 작성하여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잘 설계된 기업 동문 프로그램은 상호 지원 및 참여 동기를 촉진하여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조성할 수 있으며, 로열티와 지지의 조직문화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¹Alison M. Dachner, Erin Makarius(2022), Follow the trails: A path to systematically designing corporate alumni programs, Organizational Dynamics Volume 51, Issue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