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고 있다 (2) - 1966년 일본엔 무슨 일이 있었나?

장래 한국의 기업 고용 전망과 관련하여 인구 구조의 변화를 고민하다보면 아무래도 일찍부터 고령화 추세를 대응하고 있는 일본 인구 관련 자료를 많이 보게 된다. 그 중 일본의 출생아 수 추이가 예전부터 눈에 띄었는데, 이번에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출생아 추이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연속적인 선형을 보인다. 그런데 일본의 출생아 수는 마치 그래프를 손가락으로 꾹 누른 것처럼 유독 낮았던 때가 있다. 바로 1966년이다. 이 해 일본의 출생아 수는 남녀 합쳐 약 136만 명이었다. 바로 전 해인 1965년은 약 182만 명이었고, 다음 해인 1967년은 약 194만 명이었다. 2명 내외를 유지하던 합계출산율도 1.58명으로 뚝 떨어졌었다. 숫자로 설명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아래 그림을 보면 1966년 일본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1966년 일본에는 지진도 쓰나미도 없었고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는 일도 없었다. 다만 그 해는 육십갑자 중 43번째인 병오(丙午)년으로, ‘붉은 말띠’해였다. 일본에는 말띠 여성이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는데, 유독 붉은 말띠에 대한 기피가 심했고, 그래서 그 해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피하는 바람에 저런 통계가 남은 것이다. 당시에도 이미 급격한 출산율 하락과 인구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일본 후생노동성은 1966년의 1.58명 사태를 ‘히노에우마(ひのえうま, 丙午)’라고 부르며 출생율 부양 정책의 최저방어선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기록은 70년대 2차 베이비붐 시대를 지나 자연스러운 감소 추이를 거쳐 1989년에야 깨지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1990년 경오(庚午)년, 하얀 말띠해였다. 소위 ‘백말띠의 비극’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입된 말띠에 관한 미신이 잔존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출생아 수나 출산율 자체가 일본처럼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남녀 성비가 116.5으로 나타나, 예년 110 수준과 비교하면 여아의 출생이 심각하게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1년도 2월의 출생신고는 이례적으로 여아가 많았던 것으로 볼 때, 띠가 바뀌는 다음 해 입춘(立春) 이후로 신고를 미뤘거나, 당시 악명 높았던 선별 낙태가 자행됐던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는 통계로 기록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라서 정확한 원인에 대한 분석 자료가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십이지(十二支)에 따른 속설이 출산율을 높였던 사례도 있다. 바로 2007년이다. 이 반대 사례는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전파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길하다고 여겨지는 돼지에다 부귀를 상징하는 황금색이 결부되어 황금 돼지해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좋은 운세를 타고 난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이에 많은 부부들이 자녀를 낳았다. 2006년까지 계속 내리막이던 출생아 수가 2007년에 무려 4만 5천명이나 늘었다.

/국가통계포털

그런데 사실 2007년은 정해(丁亥)년이었기 때문에 ‘황금’ 돼지해는 아니었다. 잘못된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십간(十干) 중 병(丙), 정(丁)은 붉은 색을 의미하며, 황색은 그 다음에 나오는 무(戊)와 기(己)이다. 따라서 진짜 황금 돼지해는 12년 뒤인 2019년 기해(己亥)년이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2007년과 같은 출산 붐은 전혀 없었다. 이미 ‘N포 세대’라는 말이 널리 유행하는 중이었고 2019년의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쳐왔고, 한국은 인구 자연감소 국가가 되고 말았다. 한때 강하게 작용했던 띠 속설도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연애, 결혼, 출산포기를 막기에는 이제 그 위력이 다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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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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