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기의 인재 채용 전략

저성장 흐름이 예측될 때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성장률 역전 이슈가 고개를 든다. 지난 2010년 금융위기를 벗어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V자 반등한 직후 하락세를 겪을 때, 일본은 한참 불어닥치던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꾸준하게 경기가 살아났었다. 이러다 일본에게 따라잡힌다는 우려가 급속하게 퍼졌었지만, 결국 작년인 2022년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되는 일은 없었고,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오명을 쓴 채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일본은 2010년대 말까지 0%대의 성장률을 오갔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4.3%까지 하락했다가 2022년에는 다시 1.0%를 기록했다.

/국가통계포털(www.kosis.kr)

지난 달, 국제통화기금(IMF)는 2023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수정 발표에서 한국을 1.4%, 일본을 2.0%로 제시한 바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최근 급속한 고령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등 일본과 닮은 부분이 많아 최근의 저성장이 일본처럼 장기화 될 것에 대한 우려를 다룬 바 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주요 선진국의 올해 잠재성장률 전망은 미국 1.8%, 영국 1.2%, 프랑스1.1%, 독일 0.8%, 일본 0.3% 등이었는데, 아직 갈 길이 먼 한국 경제가 규모 1위인 미국과 속도가 비슷해질 정도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이 노동, 투자, 생산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한다. 한국은 0%대 출산율과 더불어 인구감소가 시작되어 이미 노동력 감소가 확정적인데, 그에 걸맞은 자본 또는 생산성의 혁신은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글로벌 저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고령화, 저출산, 기술 혁신의 한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저성장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기업 경쟁력과 고용 인원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펀더멘탈이 약화된다. 소비가 위축되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고용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속화하여 투자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저성장이 예견되는 시기에 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력과 소비 감소를 상쇄할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며, 내부 직원의 역량 향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일부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 풍토를 쇄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시장 전체로 눈을 돌려 경쟁사의 어려움을 포착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등의 발전적인 수단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 속에서는 새로운 인재 채용 시도가 빛을 발한다. 여의치 않은 경제 상황으로 덜컥 구직 시장에 나오게 된 숨겨진 보석같은 인재를 잘 가려서 선발하면 위기 속에서도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기존 구조가 흔들릴수록 인재시장은 호황을 맞이했었다. 과거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시기에 태동한 국내 헤드헌팅 비즈니스가, 금융위기 때 본격적으로 기업화하기 시작했고, 최근 팬더믹 거치면서 1.5배에서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였던 것에서 알 수 있다. 헤드헌팅 업계 전문가들은 경제위기야말로 인재 채용의 적기라고 말한다. 시장이 흔들린 틈에 평소라면 우리 회사와 인연이 없었을 인재들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성장 시기에는 장기화 될 수 있는 성장 둔화를 염두에 두고 예산을 쥐어짜야하는 만큼 인재 선발에 대한 평가도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경험은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급한 채용이 빠른 퇴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직적응 가능성을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발견했더라도 우리 조직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면 그것은 채용 실패이다. 인사부서가 가뜩이나 여유 없는 상황에 바쁘게 돌아가는 현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원자의 조직적응력은 이력서에 드러난 학력, 경력과 달리 실제로 같이 근무해보지 않으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HR에서는 인적성 검사를 통해 지원자의 성격, 태도, 대인관계, 가치관 등을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경력직 입사자에게 3개월의 시용기간을 두는 것도 이제 널리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면 컨설팅을 통해 조직문화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사의 조직 문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야 지원자 성향과의 화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실행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고 개선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어서 인재 확보는 물론 유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처럼 조직적응력 판단을 위한 선행 조치로서 조직문화 진단은 기업이 저성장 기조 속에서 슬기롭게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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