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를 되살린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 (1)

2024년 국내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의 격화, 어느 때보다 빠른 기술 혁신 속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더욱 민첩한 변화와 적응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이 성공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리더십과 조직문화 측면에서 과거의 관행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혁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다면 과거 어려운 시기에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혁신적인 전략을 안착시켰는지 살펴보고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우리 조직의 HR 전략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 전자기기 제조기업 ‘교세라(구 교토세라믹)’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는 독특한 경영철학과 경영방식인 ‘아메바 경영’으로 교세라와 KDDI를 창업해서 대성공을 거둔 경영자이다. 이후 이나모리 재단을 세우고 이사장을 역임하던 그는 65세에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은퇴하고 불교 수행과 교육, 저술 활동 등에 몰두했다. 그러나 2010년 방만한 경영으로 위기에 처한 일본항공(JAL)이 결국 상장폐지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했고, 항공업계의 독점 상황을 우려한 당시 하토야마 일본 총리의 부탁으로 77세의 나이에 JAL의 회장이자 구원투수로 취임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각고의 노력 끝에 도산 직전의 JAL을 8개월 만에 흑자 전환시키고, 2년 연속 최고 실적 및 재상장을 달성하며 2013년 3월에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경영의 신’으로 평가받았으며, 2022년 향년 90세로 타계할 때까지 그의 경영방식과 철학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전 세계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존경을 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당시 이나모리는 총리의 요청을 거듭 거절했었다. 하지만 날로 침체되어가는 일본 경제, 열심히 근무한 책임 밖에 없는 회사의 평사원들, JAL이 망할 경우 불편을 겪게 될 일반 고객들을 위해 이것을 일종의 운명으로 여기고 마침내 책임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재건 결의를 다지기 위해 무급으로 출근하기로 했고, 교세라 출신 핵심 간부 2명과 자신의 경영 철학인 ‘아메바 경영’을 무기로 회장직에 임했다.

이나모리는 파산에 명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JAL의 임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진정한 리더로서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기업이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했고, 지방 정부나 지역구 국회의원 등의 청탁이 들어오면,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고 신규 노선을 마구잡이로 취항시켰던 것이다. 이나모리는 이러한 관료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깨고, 임직원들이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직접 임원진들을 교육하며 의식개혁에 착수했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회사 전체에 적용시켰다.

점차 JAL의 임직원들의 의식은 개혁되기 시작했지만 경영 성과의 턴어라운드는 아직이었다. 수익이 발생해야 안전운항과 노선유지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데 JAL에는 그러한 수치를 불 줄 아는 사람이 부족했던 것이다. 여기서 아메바 경영 철학이 빛을 발했다. 아메바 경영은 기존의 계층적이고 비효율적인 대형 구조를 타파하고, 조직을 마치 아메바처럼 소규모 팀으로 잘게 나눠 주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계층적인 구조보다 의사 결정이 빠르고 유연하며, 조직 내의 창의성을 증진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역이 되어 자주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전사 또는 사업부의 실적과 무관하게 내가 소속된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개인과 팀의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서 동기 부여를 극대화한다. 작은 규모의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를 빠르게 만들어 불확실한 환경에서의 기업의 대응력을 높이게 된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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