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들은 매년 부쩍 추워진 날씨를 통해 성과평가와 연봉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한다. 성과평가와 연봉조정은 HR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중요한 연례 행사 중 하나로 향후 성장과 발전에 큰 영향을 준다. 직원들의 역량과 특정 기간 내 투입한 노력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기간의 처우를 결정한다. 이번 화에서는 내년도 연봉협상을 앞두고 인상폭의 기준점을 어디로 두어야 할 것인지 제반 경제지표를 살펴보기로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2023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 내년 물가 상승률을 2.4%로 각각 상향했다. 팬더믹 기간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2022년 5.1%까지 올랐던 물가 상승률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IMF는 내년 말까지 목표치인 2,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신 상당 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4년 최저임금은 시급기준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9,620원에서 2.5% 인상된 수치이다. 주 40시간 근로자가 수령할 수 있는 월급여는 2,060,740원으로 처음으로 월 2백만원을 넘어섰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473만원이 된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단순히 기본급으로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업 판관비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 실업급여, 고용보험의 기업 분담금 및 산재보험 보상금 등이 있으며 그밖에 미사용 연차보상비, 출산 전후 휴가비, 퇴직금 등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다만 내년부터는 명절 등 정기상여와 현금성 복리후생비(식대, 교통비 등)가 최저임금에 산입되어 모두 합친 금액이 최저임금 기준 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연봉조정폭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법인 1,112곳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33.6% 감소하여 8조 5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오히려 3.5% 증가한 가운데에서도 영업이익률은 약 4.2%로 전년 대비 2.3%p나 감소한 이유는 아무래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단가 인상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큰 전통적인 제조업, 도소매업 등으로 구성된 코스피 상장사들에 비해 IT, SW개발, 전자부품 및 바이오 산업 등 소규모 신기술 분야가 다수를 차지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비용 상승 압력을 이겨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의 1% 미만의 저성장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 가운데, 내년에는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의 복귀가 기대된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의 전환 시점과 중국 경제 둔화 속도, 우-러 및 이-팔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회복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자칫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한국 증권 시장 역시 정부가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를 발표하는 등 부양을 위해 애쓰고 있으나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도가 약화되고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성과 지연, 여전히 높은 환율과 유가, 미국 채권금리 상승 등 제반 여건으로 빠른 시일 내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리해보면, 2024년의 물가상승률은 3% 내지 2.5% 수준,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2% 초반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연봉 인상 유인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외 여건과 무관하게, 한 해 동안 임무 완수를 위해 열심히 땀흘린 직원들은 그간의 노고를 반영하면서 앞으로의 책임 수준에 맞는 급여를 회사가 약속해 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다음 화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연봉조정 프로세스 완수를 위해 인사담당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힌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