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족, 파이어족 그리고 부메랑 직원

욜로족, 파이어족 그리고 부메랑 직원

YOLO族

2010년대 ‘욜로(YOLO)’라는 유행어가 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된 적이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이라는 말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인데, 최초 유래와 상관없이 한국에서는 ‘미래 일은 생각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욜로를 표방하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영향을 받게 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의 성공, 저축과 내 집 마련 같은 전통적 가치보다는 명품, 수입차, 해외여행 등 당장의 만족감을 가져오는 행위에 열광하게 되었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지 오래고, 주택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어차피 죽을 때까지 벌어도 월급만으로는 집 한 채 살 수 없겠다는 젊은이들의 절망감이 팽배해진 가운데 YOLO라는 외침은 신선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친 이후 이 흐름은 정 반대로 바뀌게 되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기업과 공공부문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반강제적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고용 불안이 심화되었다. 엔데믹 이후에는 금융 시장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보다는 절약과 저축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몇 년 전에 잠깐 유행 세를 탔던 ‘파이어족’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FIRE族

파이어란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유래를 따지자면 30년도 더 된 오래된 개념이다. 공식적으로는 파이어 운동(FIRE Movement)이라고 칭하며, 이 흐름에 동조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파이어’족’이라고 하는 것이다. 파이어 운동은 비키 로빈(Vicki Robin)의 『Your Money or Your Life(1992)』라는 책에서 시작되었다. “재정 자립과 이른 은퇴를 가능하게 하는 9단계 프로그램, 빚은 사라지고 더 이상 돈 때문에 일하지 않게 된다.”라는 원서 소개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간소한 생활을 통해 저축을 극대화하고 빠른 재정 자립을 추구한다. 그리고 정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직업에서 은퇴한 후 모아둔 자산을 통한 금융 소득과 투자 수익으로 만 검소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에서는 왠지 파이어 운동도 YOLO와 뒤섞여서 재정적 ‘자유’와 적극적 ‘투자’에 더 방점이 찍히는 경향이 있는데, 파이어족과 욜로족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양 극단에 위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파이어족도 어쨌든 ‘은퇴(Retire)’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은 있다. 열심히 모아서 지긋지긋한 직장 생활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겠다는 다짐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부메랑 직원(Boomerang employee)

부메랑 직원은 퇴사했다가 다시 전 회사로 부메랑처럼 돌아온 직원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직장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재입사자’라고 부른다. 글로벌 인재 조직 컨설팅 기업 콘페리는 ‘2023년 인재영입 트렌드(Talent Acquisition Trends 2023)’라는 기사에서 ‘부메랑 직원들의 유입(Boomerang employees inbound)’이 하나의 추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욜로 때문인지 파이어 운동의 확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코로나19의 영향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한창 일할 무렵에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직장인 SNS 링크드인에서도 우스갯소리로 ‘저 퇴사했습니다’라는 게시글이 가장 조회수도 많고 반응도 많다고 한다. 호황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기회를 찾아 업직종 전환을 위해 조기 퇴직을 결정하지만, 곧바로 맞이하게 된 불황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은 퇴직자들이 이전 직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실제로 ‘남의 떡’이 항상 더 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부메랑 이직은 세계적으로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2년 블룸버그통신이 링크드인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1년 영국의 신규 채용자 중 5%는 부메랑 직원이었고, 미국의 경우 2010년 2%이던 부메랑 이직이 작년엔 4.3%에 달했다고 한다. 2020년 사람인에서 기업 38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 회사에 재입사자가 있다는 응답은 56.8%였다.

복합위기와 대퇴직시대, 부메랑 이직의 재발견

과거에 재입사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일단 이유가 무엇이든 조직을 한 번 뒤로했다는 것은 ‘나에게는 이 회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조직 지향성과 책임의식이 두고두고 의심받게 된다. 이런 분위기가 강하다면 부메랑 이직자는 본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회사에서 더 이상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퇴사했지만 회사에서 능력을 높게 사서 재입사를 허락한 경우 이것대로 재직 중인 다른 직원들에게 원치 않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뉴욕 코넬대 ILR스쿨 HR전공 JR켈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엔 재입사를 허용하면 회사가 충성도가 낮은 직원들도 대우한다는 의미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금지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의 바뀌었다. 복합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됨에 따라 채용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진행 중인 신규 채용마저 모두 동결되고 있다. 불황기에는 휴먼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피해를 대폭 높이기 때문에 재직 중인 직원들의 평가도 더욱 면밀하게 진행되고 스트레스는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 간 경쟁은 날로 격화되어 특히 전략기획과 디지털 직무를 중심으로 인재 전쟁은 격화되고 있다.

이런 때 지식과 검증된 기술을 가진 전(前) 직원은 귀중한 보물이 될 수도 있다. ▲전 직원은 조직문화, 경영진의 가치관 및 프로세스에 익숙하다. 입사 즉시 업무에 착수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직원보다 훨씬 적은 교육만 요구된다. 이는 초기 생산성 측면에서 매우 월등함을 의미한다. ▲경험을 통해 회사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나에게 어떤 대우를 할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R&R 및 평가에 관한 오해와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결원 자리에 전 직원을 영입할 경우 공고와 인터뷰 등에 소요되는 채용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오프보딩이 중요하다

과거와 달리 최근의 개인의 커리어를 중시하고 이직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문화에서는 ‘실력만 있으면 과거는 묻지 않고 대우한다’는 회사의 자세가 오히려 조직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부메랑 직원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퇴직자의 이전 성과가 좋지 않았거나,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퇴사 프로세스를 밟게 된 것이라면 부메랑 이직은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부메랑을 허용할 대상자는 경영진, HR, 현업 부서의 판단을 경청하고 종합해서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HR은 성공적인 부메랑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온보딩 뿐만 아니라 이제 오프보딩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돌아온 탕자’처럼 다시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돌아와 핵심 인재로 기능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퇴직자의 성과와 기술, 태도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퇴직 프로세스와 그 이후에도 상호 프로페셔널한 태도와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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