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와 HR의 미래

전 세계 사람들이 22년에 갑자기 찾아온 ‘챗(Chat)GPT’ 열풍에 휩쓸리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소식과 함께 언론에서도 앞다퉈 챗GPT를 다루고 있고, 블로그나 유튜브 등으로 챗GPT를 작업이나 업무에 활용하는 방법이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회사인 OpenAI사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OpenAI는 2015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류에게 유익한 인공지능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거대한 투자를 받아 설립되었다. OpenAI가 선 보이고 있는 ‘GPT’ 시리즈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의미인데 우리말로 하자면 ‘적절한 단어를 생성하도록 사전 학습된 트랜스포머’란 뜻이다. 여기서 ‘트랜스포머’는 어텐션(Attention, 집중) 인공신경망 기법을 기본 원리로 하여 2017년 발표된 언어처리 알고리즘의 이름이다.

쉽게 말해, GPT는 방대한 양의 언어 표현 패턴을 사전에 학습한 뒤, 인간의 시각적 집중 매커니즘을 모방하여 사용자의 발화에서 중심 문맥을 파악하며, 적절한 답변을 생성하도록 되어 있다. 챗GPT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GPT에게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사람의 언어(자연어)로 말을 걸어 마치 채팅하듯이 대화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로, 매우 직관적인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챗GPT는 다양한 화제로 사용자와 대화가 가능하며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답변에 활용하는가 하면 사용자의 입력에 대해 능동적으로 응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단순히 대화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에세이를 쓰거나, 시를 짓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모아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챗GPT는 무엇이 다른가?

사실 대화형 인공지능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챗봇’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은행, 보험, 각종 정부 서비스 민원앱 등에는 자체 개발된 챗봇이 탑재되어 사용자의 대화형 질문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Q&A형’ 챗봇을 직접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단순히 어떤 정보가 어떤 곳에 있다 정도의 정보를 제공해 줄 뿐 그 이상의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복잡한 문장을 쓴다면 ‘이해하지 못했다’라거나 동문서답이 돌아온다.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용자의 반복된 활용으로 학습을 통해 반응이 개선되는 기능이 있다고는 하는데, 고작 한 명의 사용자가 하루 십수회 사용하는 정도로는 기계학습을 통한 기능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챗GPT가 이러한 기존 서비스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대규모 언어모델에 기반한(Large Language Models, LLMs.) 인공지능이라는 점이다. GPT-3의 언어모델의 크기는 1,750억개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인간 두뇌의 뉴런 갯수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챗GPT는 기존의 챗봇들의 답답한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어 사용자가 엉터리 영어로 질문을 해도 똑부러지는 답변을 내놓으며 더 정확하게 질문하도록 유도하고, 심지어 한국어로 번역해 주기도 한다.

HR 업무에 끼칠 영향은

그렇다면 이런 ‘물건’이 우리 HR업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이는 대규모 언어모델에 기반한 대화형 인공지능의 대표 격인 챗GPT의 특징을 하나씩 짚으며 살펴보기로 하자.

● 뛰어난 접근성

OpenAI사의 설립 취지대로 전 세계 모든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챗GPT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일정 정도의 영어 능력이 요구되고 그 밖에 토큰(Token)이니 템퍼러처(Temperature)니 하는 세부 옵션을 건드려야 하긴 하지만, 영어는 번역기를 활용하고 세부 옵션 등은 잠시 시간을 들여 사용법을 배우면 전혀 문제없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MS 오피스 제품군이나 구글 드라이브 문서툴과 연동되어 작동하는 확장프로그램들이 이미 배포되고 있어 별도의 어플리케이션 없이 기존에 자신이 사용하던 문서툴에 바로 챗GPT의 기능을 가져다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미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로 레시피, 여행일정, 조사과제 등 여러가지 작업에 활용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고, 심지어 조금 손을 보면 특정 언어로 복잡한 코딩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 쉽고 빠른 글짓기와 요약 능력

하나의 화제로 적당한 깊이와 논리를 갖춘 일정 분량의 글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 낸다. 또한 장황한 분량의 글과 데이터를 분석해서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준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여론 동향 요약 보고, 각종 행사의 축사 작성, 법안 기초 작성 등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챗GPT의 기능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내용보다는 형식과 분량이 더 중요한 글이라면, 서두와 결론 한 두 문장 정도만 사람이 쓰고 나머지는 챗GPT가 쓴 글로 채워둬도 언뜻 보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막강한 언어 생성과 요약 능력은 엉뚱하게도 교육 현장에서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학생들의 챗GPT를 활용한 과도한 표절은 위에 언급한 접근 용이성과 결부되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일부 서구권의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에게 자료 조사 또는 에세이 과제를 당분간 중단하라는 조치가 내려질 정도이다.

● 아직은 개선과 진화가 요구된다

챗GPT의 능수능란한 언변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유심히 보다보면 사실 관계가 틀린 답변을 할 때가 있다. 현재 챗GPT의 학습상황은 2021년까지이며, 온라인에 게시돼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말만 다듬어 답변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에 사실관계가 드러난 개념이나 많은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개념이 있다면 이것을 그대로 가져와 답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권이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집단에 관한 이슈는 오답이 매우 많은데, 이는 사전 학습된 내용의 절대 다수가 영어로 되어있어 그 외 문화권에 대한 기초 자료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챗GPT로 특정 주제에 관해 에세이를 쓰도록 반복하다보면 세부적인 내용이 묘하게 동어반복적인 느낌을 준다. 논점을 다룰 때 표면적으로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을 활용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쉽게 말해 ‘발견’은 가능하지만 ‘발명’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챗GPT의 첫 인상에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고성능 AI ‘자비스’를 떠올린 사람들이 있다면 다소 실망하게 되는 대목이다. 오히려 어떤 사회적 문제를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물으면 챗GPT는 “저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일 뿐이라(As an AI language model)”면서 답변을 회피한다.

● 챗GPT와 인재 채용

위에서 살펴본 챗GPT의 특성을 정리하자면 사람이 직접 웹 검색을 해서 모은 정보를 다듬어 그럴듯하게 산출해내는 데 필요한 작업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볼 때 가장 직접적으로 HR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채용 관련 업무일 것이다. 동시에 여러 곳에 지원하는 구직자의 경우 본인의 경험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조금씩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자기소개서를 여러 개 써야하기 때문에 챗GPT의 힘을 빌린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거친 자기소개서는 그저 형식에 불과할 뿐 진정한 본인의 가치를 전달하기는 어렵다. 어떤 기업의 채용담당자도 지원자가 그저 ‘적정한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채워 넣었는가’만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 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표절 문제도 조만간 해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는 창과 방패의 문제인데, 이미 프린스턴대의 한 학부생은 ChatGPT가 생성한 글을 감지하는 툴인 ‘GPTZero’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한다. GPTZero는 ChatGPT가 생성한 글과 사람이 작성한 글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통계적 특징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즉 인공지능이 글을 만들 수 있다면, 그 글이 인공지능이 만든 글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챗GPT와 HR Data Analytics

기존 HR Solution 및 수동분석을 통한 직원들의 근무 및 성과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에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비식별기반 직원들의 휴가, 근태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한 직원의 생산성 및 퇴직 직원의 분석을 통한 직원 이직률(Turnover Rate)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면서 HR과 연계되어 있는 조직의 문제점, 주요 리더들의 리더쉽 수준, 구성원의 조직몰입도 등에 대한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챗GPT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 퇴사한 직원 수, 퇴사 사유, 직무, 근속 기간,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같은 기타 데이터 요소에 대한 정보 등 토대로 개인정보를 제외한 비식별 정보를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이직률은 조직의 생산성, 사기 및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서,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직은 그 원인과 패턴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구조적인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www.aihr.com

● HR Support Service 등 다양한 활용

HR에 챗GPT를 도입하여 회사의 인사 제규정과 각종 복리후생을 학습시킨다면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줄 수 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HR은 매일 재직 중이거나 새로 입사한 멤버를 대상으로 각종 인사 제도를 안내하고 요청을 접수하며 승인 절차를 진행하는데 하루 업무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전자서류와 메일이 오가며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한다해도 순서가 뒤바뀌거나 절차가 누락되는 실수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대화형 인공지능의 특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직원 수가 많거나 사업장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도 누구에게나 제도를 정확하게 안내하고, 복잡한 서류 제출과 승인, 특이사항 검토 후 피드백 하는 등의 단순 반복된 절차를 지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다. 학습을 통해 더 발전한다면 정량평가 등 성과관리와 연계된 Payroll 업무까지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대화형 인공지능의 대두와 HR의 미래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은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에 이은 제3의 IT 혁명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관심과 투자도 이어지는 중이다. Open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화제가 된 Microsoft는 챗GPT보다 업그레이드된 언어 모델인 ‘프로메테우스’를 적용한 인공지능 검색 엔진인 ‘New Bing’을 출시했고, Google에서는 별도의 언어모델인 ‘람다’를 기초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인 ‘Bard’를 선보인 바 있다. 이제 우리는 향후 챗GPT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에서 개발된 다양한 대화형 인공지능들과 협업을 하는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른다.

학습과 알고리즘을 통해 자연어로 서술된 질문을 이해하고, 온라인 상의 취합 가능한 빅데이터를 다듬어 적합성 높은 검색결과를 다시 자연어로 ‘즉시’ 답변해 주는 것이 챗GPT를 위시한 대화형 인공지능의 본질이며 동시에 한계이다. 이러한 본질적 능력만을 잘 활용한다면 HR의 여러 부문에서 일부 투입을 대체하고 작업 속도를 올리는 등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본질적 한계로 인해 아직 대화형 인공지능은 HR 담당자의 최종적인 판단과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으며 빠른 판단을 돕는 역할에 머무를 것이다. 그간의 실무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전략을 스스로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사전 학습하는 것 역시 그간의 실무 영역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HR담당자들은 챗GPT의 강력한 데이터 요약과 분류 기능을 인재확보와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사용자들은 챗GPT를 주식투자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하다. 챗GPT는 스스로 상승할 종목을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상장 기업들의 각종 방대한 데이터를 전부 끌어 모아 특정 조건을 갖춘 곳은 선택하고, 갖추지 못한 것들은 배제하여 리스트 형태로 사용자 앞으로 가져올 수는 있다. 앞으로는 인재들의 이력서나 실적을 일일이 들여다보거나 대조할 필요 없이, 인간의 언어로 명령을 내리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즉각 서치를 하고 비교 평가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기업에서 조직개편이나 구조조정 등 각종 선발 작업에 필요한 투입도 대폭 감소하게 될 것이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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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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