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세대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할까?

최근 한국 언론에서 유독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는 단연 ‘MZ세대(Generation MZ)’일 것이다. MZ세대란 밀레니얼(Millenial) 세대와 Z세대를 합친 용어인데, 2018년 말에 한 연구기관의 트렌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이 표현이 독자들에게 반응이 있다고 판단한 언론 등에서 받아들이면서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젊은이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영어로 된 말이지만 정작 한국을 제외하고는 ‘MZ세대’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MZ Generation’이나 ‘MZer’라는 단어가 통용되기는 하는데, 이를 활용한 문서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한국에서는 ~’이라는 단서가 붙곤 한다. 우리나라도 몇몇 언론에서 칼럼을 통해 MZ세대라는 용어의 부적절성을 짚은 바 있고, Z세대들은 왜 자기들이 이모·삼촌뻘인 M(밀레니얼)세대와 한데 묶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국에서 발간되는 연구보고서에서 MZ라는 용어를 전혀 쓰지 않는 타국의 사회현상을 MZ세대 대두의 결과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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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세대구분은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s), X세대(Generation X), 밀레니얼 세대(‘Y세대’에서 명칭 변경), Z세대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전형적인 전후 세대인 55~65년생 베이비붐 세대와, 65~80년에 출생해 독재와 반공교육 잔재를 경험한 X세대와는 달리, 유년시절부터 급격한 경제발전과 80년대 이후 민주화 문화 속에서 자라난 세대가 그 이전과 구별된다. 이는 한국 사회만의 특색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연구기관 별 정의에 따라 최대 30년 넘게 차이가 나지만 한국에서만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요즘의 주류 젊은이들’로 묶이는 것이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각각 청년, 청소년기에 발전된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디바이스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입어 개인 간 연결성이 그 이전 세대에 비해 무척 높다는 매우 중요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알파벳으로 세대를 구분하는 방식 자체에는 이미 여러 나라 학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알파벳으로 세대를 나누기 전에 각자 개성과 성향을 먼저 보라’며 동시대 구성원들이 불필요하게 대립하지 말자는 취지의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세대 구분으로 가장 저명한 곳이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인데, 여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이러한 세대 구분을 위한 라벨링을 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제는 연구 목적이라기보다는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너도 나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세대 용어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한국의 ‘MZ세대 붐’은 전술한 바와 같이 급격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한국 현대사의 특징과, 기사 배포 방식의 변화로 생존을 위해 자극적인 용어를 추구하게 된 최근 언론들의 합작품일 것이다. 어쨌든 사회적으로 널리 퍼졌고 다른 개념과 구별되는 의미를 갖고 있는 이상, 심한 부작용만 잘 경계한다면 소위 ‘족보 없는’ 용어라며 매도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MZ세대’ 중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대부분 산업현장에 진입했고 빠른 경우 대학 교수로 자리를 잡았거나 대기업 임원급까지도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Z세대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고 있는 중이거나 이미 주니어 직원으로 많은 기업들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업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 구성원들의 절반은 MZ세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조직 내 주류를 차지할 만큼 수가 많아지자 당연히 MZ세대와 비MZ세대 간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애초에 별 차이가 없었다면 MZ세대라는 말이 국내에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았을 것이니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산업 현장에서 두드러지는 MZ 세대의 특징은 첫째, 고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세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잘 연결된 집단일 것이다. 빠른 속도의 인터넷과 완벽하게 구축된 소셜 미디어의 존재로 빠르고 긴밀한 가상 연결에 익숙하며, 사이버 세계의 즉각적 반응에 민감하다. 둘째, 기술에 정통한 세대란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 기반으로 성장한 최초의 세대이며 각종 장치와 네트워크의 기술적 복잡성을 탐색하는 데 상대적으로 능숙하다. 그리고 자신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기술을 갈고 닦아 뒤쳐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연결성과 기술 친화라는 주요 특징으로 인해 이들은 개성적인 것을 넘어 독립적인 성향이 돋보이게 된다. 타인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밀접하게 묶여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계속해서 집단과 관련성을 유지하면서 반면에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 보이기 위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로 인해 사이버 괴롭힘에 취약하며 성공에 대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또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강한 자기 인지를 가지게 된다. 조언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마지막으로 MZ 세대는 사회나 조직 내 현상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며, 전체를 위한 이슈보다는 특히 나와 관련이 있는 이슈들 중에서 논리적 부당함이 있거나 불공정의 문제가 있는 사안에 쉽게 공감하고 매우 민감하다.

현재 기업의 리더십은 이러한 특징을 가진 MZ세대를 조직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들에게 ‘소프트 스킬’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업무에 필요한 기술(자격증·어학능력)이나 지식 등의 하드 스킬은 문제가 없는데, 입사 후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업무 태도,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조직 적응 등의 소프트 스킬은 이전 세대와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콜 포비아(Call Phobia · 전화공포증)’로 대표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의존 현상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서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며, 상대적으로 쉽게 이직(離職)을 결정하거나 공표한다. 그래서 대부분 베이비 부머와 X세대로 구성된 임원들과 팀장들은 향후 이들이 조직을 잘 지탱하고 지속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반면에 MZ세대들은 그들이 본인들이 살아왔던 ‘좋았던 시절’만 생각하고 지금 변화된 현실을 잘 알지 못하면서 자신들을 매도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느 조직이나 세대 갈등은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갈등을 관리하거나 대처하지 않고 방치하면 결국 조직은 서서히 와해되고 성과는 무너지게 된다. 주어진 업무 외에 세대 갈등을 관리하며 차이를 좁히는 방법을 익혀 나가는 것은 도전적이고 정서적으로 소모 될 수 있지만, 급격하게 바뀌어가는 흐름 속에서 생산적인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공개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세대 갈등을 다룰 때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개적으로 의사 소통하라는 것이다. 업무 뿐만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관점 및 아이디어에 대한 대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 HR에서 근무하는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사실 가장 조성하기 어려운 문화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굳이 말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있어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다가, 퇴사할 무렵에나 HR 또는 익명 커뮤니티에 그간의 생각을 쏟아내곤 한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터놓고 말했을 때 그것이 존중되고 환영되는 일이며, 실제로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HR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해, 존중 및 타협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소한 수용되지 않더라도 상호 간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표현하는 일 자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세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유연한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

각 세대 별로 직장에서의 요구 사항과 기대치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차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하나의 가치관에 따르라는 ‘원팀 스피릿’을 강조한다거나, 단일한 규칙과 표준을 부과하려고 하면 성과 없이 실패감과 분노만 발생할 수 있다. 같은 결과(목표)를 추구하더라도 거기에 이르는 방식은 유연해야 하며,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도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재택 근무’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는데, 대립되는 의견들 사이에서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어느 한 쪽의 의견만을 수용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각 세대가 가지고 있고 대표하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며 필요하다면 복수의 규정을 도입하여 그들이 조직에 가져오는 다양한 경험과 기여를 촉진해야 한다.

세대 갈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하나의 기업에서 그것을 완벽하게 방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해서 구성원들을 단일 세대로만 채울 수도 없는 일이다. 엄연히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 또한 그것을 다루기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워여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HR의 첫 번째 할 일이다. 그 다음으로 HR은 공개적으로 의사 소통하고 각 세대를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며, 색다른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우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조화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조직을 더욱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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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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