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가 수두룩? 개발자 연봉, 아직도 절반 이상은...

지난해 게임업계 구인 전쟁을 계기로 개발자들 연봉에 불이 붙으며, 기업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IT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인은 최근 기업 38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2%가 IT 인력 채용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취지의 응답을 내놓았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기업형태 별로는 중소기업 중 65%가 곤란을 겪고 있었으며, 중견기업도 64.4%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대기업마저도 41.7%가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첫째로 꼽힌 이유는 '과도한 연봉 인상 등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서'(50%·복수 응답)였습니다. 다음으로는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가 어려워서'(47.2%), '지원자 수가 적어서'(45.5%), '회사의 인지도가 낮아서'(37%), '기업 간 처우 수준 양극화 심해서'(17.5%), 'IT 인력 T.O 대비 능력 있는 개발자가 적어서'(16.7%) 순이었습니다.

이러한 구인난은 쉽게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기업 대부분은 채용 난도가 '작년과 비슷'(48.6%)하거나 '더욱 심화될 것'(47%)이라 내다봤습니다. '구인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답변은 4.4%에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IT 인력 채용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입니다. 기업 절반 이상(53.5%)은 기업 내 IT 인력 비중이 '점차 느는 추세'라고 답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기업 10곳 중 7곳(73.9%)은 IT 인력 유치를 위한 노력을 실제로 하고 있다 응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연봉 인상'(59%·복수 응답)이 가장 많았고, '업무 자율성 보장'(30.4%), '교육 지원 등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 마련'(25.1%), '높은 성과급 지급'(23.3%), '재택근무 등 근무환경 개선'(17.7%), '스톡옵션 제공'(12.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IT 인력이 귀해지고 대접받는 시대일지라도, 개발자 다수가 느끼는 불안은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2년 3월 공개한 ‘2020 한국의 직업정보(KNOW, Korea Network For Occupations and Workers)’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직장에서 실직한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가운데 62.3%가 ‘실직이 두렵다’고 답했는데요. 특히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프로그래머)와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는 100% 전원이 ‘실직이 두렵다’고 응답했습니다. 당장이야 수요가 크게 늘었다지만 고용 불안정이나 비교적 짧은 직업 수명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비단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 치고 실직이 무섭지 않은 이가 존재할 리 있느냐 싶겠습니다만. 537개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1만6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6.3%는 ‘실직이 두렵지 않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직업 대(大)분류를 기준으로 실직이 두렵지 않다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집단은 ‘보건·의료직(11.9%)’이었습니다. 그다음은 ‘교육·법률·사회복지·경찰·소방직 및 군인(8.6%)’과 ‘미용·여행·숙박·음식·경비·청소직(8.6%)’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넥슨 자회사인 네오플에서 국내 빅3 게임사(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를 통틀어 처음으로 정년퇴직자를 배출해 화제가 됐는데요. 이 사건이 이야깃거리가 됐다는 것 자체가 개발자의 고용 안정성이 낮고 직업 수명도 극도로 짧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더라도, 프로그래밍 직군에서 50대 이상 비중은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전년 기록인 3.0%에 비해서도 급감한 수치죠. 같은 기간 40대는 14.0%에서 3.5%로 줄었고, 디렉터급 50대 이상 비중도 6.2%에서 2.5%로 폭락했습니다. 부서장급 50대 이상 비중은 12.7%에서 1.7%로 ‘소멸’에 가까워졌습니다. 장년 연령대에 접어든 개발자는 직장에서 살아남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조사 결과인 셈이죠.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업계’에 한정된 조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수행하는 업무 특성상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개발자라 한들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예측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다가 요즘 들어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소속 스타급’이 개발자 전체를 대표하는 양 언급되는 때가 많아졌지만, 직군 전체를 조망해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말 발표한 ‘개발자 트렌드 리포트 2021’에서 따르면 개발자 평균 연봉 추정치는 5700만원가량이었습니다. 3000만~3999만원이 19.7%로 가장 많았고, 4000만~4999만원(19.4%), 6000만~6999만원(16.1%), 5000만~5999만원(15.5%) 순이었습니다. 5700만원도 적은 액수는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최근 흔히 보이는 ‘억대 연봉’이나 ‘신입 초봉 6000만원 이상’ 등의 문구에 비하면 살짝 소박한 구석이 있습니다.

지난 5일 개발자 커리어 플랫폼인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는 그렙이 발표한 ‘2022 프로그래머스 개발자 설문조사 리포트’에서도 설문 전체 응답자 중 43.5%만이 연봉 4000만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억원 이상을 받는다 답한 개발자는 전체의 2%도 되지 않았고, 절반 이상(56.5%)은 임금이 연 4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프로그래머 대다수는 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CodeComics.com

그럼에도 세간을 오가는 말의 태반은 ‘요즘 개발자 몸값은 금값이며 조그마한 스타트업으로 옮기더라도 억대 이상은 우습게 받는다더라’는 식입니다. 화려함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고용불안이나 박봉 등 사소하다 치부하긴 어려운 업계의 어둠조차 은연중에 묻히고 있다는 것이죠. 일부가 누리는 호황에 스포트라이트가 지나치게 몰리며, 예나 지금이나 처지가 열악한 대다수 개발자는 오히려 전보다 곤란함이 없을지를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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