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시대, 리더십도 나눌 수 있을까

집단지성, 한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 내에서 수평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거기서 나온 의사결정이 영향력을 미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유교 문화,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군대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디지털 전환이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더 이상 리더 개인이나 특정 조직이 주도하는 하향식 활동만으로는 지속적인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빠르면서도 광범위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다소 느리더라도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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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 분야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Nonaka Ikujiro)는 조직 차원에서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려면 의도와 자율성, 창조적 혼돈, 중복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도는 조직 차원의 목표, 자율성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 창조적 혼돈은 조직 경계를 넘어선 상호작용, 중복성은 타 업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의미합니다. 즉, 조직 차원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거리낌 없이 내어놓고, 서로 부딪히며 조율해 나가는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리더십에 대한 관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유리더십(shared leadership)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유리더십은 구성원 간에 오가는 수평적인 영향력에 주목합니다. 전통적인 리더십 연구는 리더가 하향식으로 발휘하는 영향력에 집중했습니다. 반면에 공유리더십은 리더를 포함한 구성원이 상하좌우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발현하는 분산된 영향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학자에 따라 분산된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 집단적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 팀 리더십(team leadership), 자생적 리더십(emergent leadership)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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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리더십 연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다수 연구는 공유리더십이 개인과 팀 차원의 효과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함을 밝혔습니다. 공유리더십은 팀 성과, 구성원 몰입, 지식 공유, 과업 갈등 감소, 신뢰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조직 내 복잡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질수록 공유리더십이 팀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공유리더십을 측정하는 방식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구성원 간 연결망의 밀도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사회적 연결망 이론에 근거한 방법으로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한 대신, 영향력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특정 리더십 이론에 기반하여 그러한 리더십이 구성원 간에 어떻게 발현되는지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영향력에 대한 질적 접근이 가능한 대신, 응답자 개개인의 주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두 번째 방법에 근거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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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궁전과 절을 짓는 데 매진했던 일본의 한 장인은 기둥과 주춧돌의 어울림을 강조했습니다. 흔히 주춧돌을 평평하게 다듬고, 기둥 역시 평평하게 다듬어 그 위에 세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는 그렇게 편한 방식으로 세운 건물은 천 년을 갈 수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다듬는 대신, 주춧돌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에 맞게 기둥을 깎는 정성을 중시했습니다. 그래야만 세월이 흐를수록 둘의 아귀가 맞고, 지진이 오더라도 여러 기둥이 함께 흔들리며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처럼 천 년을 이어져 온 지혜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떠한 리더십이 필요한지, 어떻게 일해야 할지에 대한 잔잔한 교훈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김문주·정예지, 공유 리더십의 선행요인과 그 효과성에 관한 연구, 기업경영연구
니시오카 츠네카츠,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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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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