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불붙인 '메타버스 인재 전쟁'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선언하며 사명을 바꾼 메타(구 페이스북)가,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 등 경쟁사에서 메타버스 관련 인력을 대거 흡수하며 새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각)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MS 증강현실(AR)팀 인력 100여명 중 상당수가 메타로 이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S에서 AR을 담당하는 그룹 전체 인력 규모는 약 1500명가량입니다. 인재풀 중 최대 7%가량이 경쟁업체로 유출된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다수는 메타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메타는 지난해 유럽에서 메타버스 전문 인력 1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WSJ는 “최근 1년간 홀로렌즈팀에서 일하던 MS 직원 중 40명가량이 메타로 옮겼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MS의 경쟁사들이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을 접목시킨 혼합현실(MR) 기기인 홀로렌즈 헤드셋에 주목하면서 관련 인력들 몸값이 2배까지 뛰었다”고 전했습니다. 홀로렌즈는 MS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입니다. 현실 공간을 차단해 완전한 가상 공간을 보여주는 VR이나 실제 공간에 가상을 덧씌우는 AR과 달리, MR기기는 현실 화면에 실제 개체의 스캔 된 3D 이미지를 출력합니다. 이 가상 영상은 사용자가 손동작이나 음성, 시선으로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홀로렌즈 헤드셋 시연 장면./MS

보도에 따르면 MS를 떠나 메타로 옮긴 직원 중엔 팀장급 인재도 존재합니다. 지난 여름 메타에 합류한 찰리 한은 MS에서 총 11년 1개월을 근무했으며, 지난해 7월까지 홀로렌즈팀에서 고객 피드백을 담당했습니다. 엑스박스팀을 거쳐 홀로렌즈팀에서만 5년 4개월을 일했던 조쉬 밀러 역시 최근 메타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S 관계자는 “직원들의 이탈은 많은 팀이 직면하고 있는 일상적인 도전이며, MS는 필요한 직원을 유지하고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홀로렌즈 헤드셋 시연 장면./MS

메타는 애플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인력을 데려오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지난해 애플을 떠나 메타로 옮긴 엔지니어가 최소 1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현지에서는 애플이 인재 유출을 저지하고자 지난해 말 핵심 엔지니어들에게 최대 18만달러(약 2억151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해당 보너스를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는 단서를 달아, 일정 기간을 근속해야만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두었습니다.

이처럼 대기업 사이에 핵심 인력을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자들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게임 업계 인재 유치 경쟁이 심해지며 개발자 몸값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소규모 업체가 직원 유지와 신규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AR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미라랩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매트 스턴은 “메타와 같은 대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려고 하면서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경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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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LAB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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