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022년 정시 원서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원서접수를 며칠 앞두고 친척 어른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두 손을 꼭 붙잡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애가 자기는 곧 죽어도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다는데, 대학에서 뭘 전공해야 인사담당자가 될 수 있을까? 네가 잘 아니 한 번만 도와주라.”
진정한 인사담당자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실제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주변 지인을 통해서도, 인사담당자가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곤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하셨나요? 전공과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졸자 2명 중 1명은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일자리를 택합니다. 우리나라의 전공 불일치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중 2위에 올라 있습니다(2016년 기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유별난 수준인 거죠.
이러한 불일치 현상은 일자리가 부족한 불황기에 더욱 심해집니다. 이러한 현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불황기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실질임금은 경력 초기 감소했다가 시간을 두고 서서히 회복된다고 합니다. 이때 전공과 직업이 불일치한다면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는 임금과 근속기간, 직업 만족도 등 노동시장 성과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전공과 직업이 왜 맞지 않는 걸까요? 2가지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공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하나는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입니다.

첫 번째는 앞서 소개드린 대학교 원서접수, 즉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는 순간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학을 선택할 때 3명 중 1명 이상(36.7%)은 단순히 성적에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9.0%)에 따랐다는 응답을 더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본인 의지와는 별개로 학교와 전공을 선택함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입사지원, 즉 회사와 직업을 고르는 순간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근로소득(29.7%), 적성과 흥미(19.7%), 전공 관련성(13.1%), 근로시간(10.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의 적성과 흥미가 전공 관련성을 앞지른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대학생활이 그리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에게 더욱 두드러집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인문계열 졸업생이 체감하는 직무와 전공 일치도는 2.56점으로 보통(3점)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칩니다. 그나마 사회계열은 3.05점으로 보통 수준에 턱걸이를 했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인 3.25점에 비해서는 낮게 나타났습니다. 오늘날 이공계 선호현상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죠.

그렇다면 계속해서 인문사회계열 출신 지원자를 뒷전으로 미뤄야 할까요? 아닙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4년제 대학의 인문계열 졸업생은 41,586명, 사회계열 졸업생은 95,292명입니다. 각각 전체 졸업생 대비 12.3%, 28.2% 수준으로, 둘을 합치면 40%가 넘습니다. 구인사와 구직자의 니즈가 엇갈리는 지금, 소수 기업에만 인재가 몰리는 지금 이 시점에 간과해서는 안 될 규모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인사담당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가볍게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3가지 정도 제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첫째, 지원자 경험(candidate experience) 강화입니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왜 이러한 전공을 선택하셨나요?’, ‘당신의 전공지식으로 어떻게 공헌할 수 있나요?’와 같은 질문이 실제로 유효할까요?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을 가릴 것 없이 애초에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자의와는 무관하게 대학과 전공을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가면을 쓴 채 주고받는 질문들이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둘째,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경력개발 지원입니다. 최근 직무를 중심으로 한 채용이 증가세에 있지만, 여전히 단순한 전공이나 내부 인력 수요를 기준으로 신입사원의 길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가급적 빠른 시점에 조직 내부의 다양한 경력 경로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예컨대 일대일 위주의 멘토링을 넘어 사내 오피니언 리더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교류하는 개발지원관계망을 강화한다면 리텐션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셋째, Reskilling입니다. 사실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이미 인력난이 심한 IT기업에서는 비전공자를 개발자로 육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처럼 경영환경에 따라 대규모 채용이 필요한 직무가 있다면, 부트캠프를 통한 채용도 고려해 볼 법합니다. 전공을 불문하고 적정한 수준의 직무 역량과 우수한 소프트 스킬을 기준으로 적합한 지원자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공과 직업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채용담당자 여러분은 한창 분주할 시기인데요. 바쁘게 움직이는 모두가 원하는 인재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참, 곧 죽어도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다던 그 아이에게는 어떻게 얘기해 줘야 할까요?
한국고용정보원(2020), 고용통계조사 인덱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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