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그리워하던 따끈따끈한 소식이 찾아옵니다. 네, 올해도 어김없이 공채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정기 공채 못지않게 수시 채용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5대 그룹사 가운데 공채를 이어 나가겠다 밝힌 곳은 삼성그룹 한 곳에 불과하죠. SK그룹 역시 이번 하반기 공채가 마지막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채는 인사담당자와 취업준비생 모두가 주목할 만한 이벤트입니다. 먼저 노동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된 IT 업계에서는 오히려 공채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탄탄한 성과와 미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요 그룹사와의 인재 경쟁에서 고전해 왔던 기업들은 공채를 확대함으로써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취준생들과 상견례하기에 앞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연구 결과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MZ세대의 직업가치관 변화에 대한 분석인데요. MZ세대는 일과 직업을 선택할 때 어떠한 가치를 중요시할까요? 그러한 가치는 지난 10년간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직업가치?
직업가치는 일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개인이 중요시하는 요인입니다. 흔히 직업관이나 직업의식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죠. 혹자는 개인이 일과 직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보상이라고도 합니다. 종합해 보면, 직업가치는 일과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직업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 생각이 다른데, 여기서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시한 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직업가치를 총 13개 요인으로 나누었습니다.
- 성취 :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함
- 지식추구 :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을 중시
- 봉사 : 남을 위해 일함
- 개별활동 : 여러 사람과 어울려 일하기보다는 혼자 일하는 것을 중시함
- 변화지향 : 업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 가능함
- 직업안정 : 직업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지를 중시
- 몸과 마음의 여유 : 마음과 신체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업무나 직업을 중시
- 자율성 : 자율적으로 업무를 해 나가는 것을 중시
- 실내활동 : 신체 활동을 덜 요구하는 업무나 직업을 중시
- 영향력 발휘 : 타인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중시
- 금전적 보상 : 금전적 보상을 중시
- 인정 :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중시
- 애국 : 국가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을 중시
여유, 안정, 보상 vs. 애국, 봉사, 개인기
그렇다면 오늘날 취준생들은 어떠한 직업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난 10년 동안(2010~2019년 기준) 이들의 생각은 얼마나, 또 어떻게 변했을까요?(참고로 2010년에 애플은 아이패드를 처음 출시하였고, 같은 해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습니다.)
놀랍게도 취준생들이 중요시하는 직업가치 1, 2위는 지난 10년간 바뀌지 않았습니다. 3위와 4위도 서로 자리를 바꿨을 뿐이었죠. 반대로 가장 저평가된 직업가치 역시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니까 직장생활 10년차에 접어든 김과장도, 그 옆에 앉아 있는 이대리도, ‘요즘 세대라서 뭔가 다르다’는 칭찬인지 핀잔인지 모를 말을 달고 사는 신입사원 박모씨도 취준생 시절에는 모두 엇비슷한 직업가치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0년간 취준생들이 가장 중요시한 직업가치는 ‘몸과 마음의 여유’였습니다. 일을 위해 개인의 삶이나 여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논리는 MZ세대와 분명 거리가 있는 거죠. 그 뒤를 이은 가치는 ‘직업안정’이었습니다. MZ세대가 청소년기에 경험한 외환위기와 더불어 국내 노동시장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3위와 4위는 2018년을 경계로 하여 자리바꿈이 있었는데요. 2017년까지 성취가 부각된 데 비해, 2018년부터는 금전적 보상이 좀 더 주목받았습니다.

반면, 취준생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직업가치는 ‘애국’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중에서는 한때, 아니 지금까지도 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곳이 많은데요. 학창시절 교련을 경험한 기성세대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도 합니다. ‘애국’과 더불어 외면을 받은 가치에는 ‘봉사’와 ‘개별활동’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개별활동’은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보이기도 합니다. 흔히 MZ세대를 대표하는 특성으로 개인주의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개인플레이에 치우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일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순위가 2단계 이상 올라가거나 내려간 직업가치에는 ‘자율(9위→7위)’, ‘실내활동(10위→8위)’, ‘변화지향(7위→9위)’, ‘영향력 발휘(8위→10위)’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영향력 발휘’가 아닐까 싶은데요. ‘돈쭐내다*’로 대변되는 선한 영향력과는 별개로 직장에서는 타인에게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 내면의 성취감과 만족을 좀 더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가치 간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13개 요인 가운데 9개 요인은 내재적 가치(성취, 지식추구, 봉사, 개별활동, 변화지향, 직업안정, 몸과 마음의 여유, 자율성, 실내활동), 6개 요인은 외재적 가치(성취, 지식추구, 영향력 발휘, 금전적 보상, 인정, 애국)에 속합니다. 성취와 지식추구는 양쪽에 모두 포함되죠. 먼저 2010년에서 2017년까지는 내재적 가치보다 외재적 가치를 중시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에는 동률을 이루었고, 2019년부터는 외재적 가치보다 내재적 가치를 좀 더 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주변은 그렇지 않은데?’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첨언해 드리면 성별에 따라서도 다소 차이는 있었습니다. 남성의 경우, 10년간 변함없이 외재적 가치가 내재적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간의 차이는 계속해서 감소하였고, 2019년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여성은 2016년에 이미 내재적 가치가 외재적 가치를 앞질렀고, 이후 오늘날까지 그 차이는 조금씩 더 커지고 있습니다.
1,142,246명에게 물었습니다
지난 수년에 걸쳐 우리 사회에서는 MZ세대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이 오갔습니다. 인사담당자 여러분 역시 MZ세대의 특성에 대하여 상당 부분 공감대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연구 결과 역시 많은 부분이 그러한 통념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선뜻 다가오지 않거나,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내용도 있을 겁니다.
본 연구의 조사 대상은 1980년에서 2004년 사이에 태어난 MZ세대 1,142,246명이었습니다. MZ세대에 해당하는 인구가 2019년 기준으로 1,797만 명을 조금 넘는다 하니, 일반적인 표본 크기에 비하여 상당히 대규모로 이루어진 조사입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업무에 적용해 보면 좋을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모쪼록 여러분 모두 마음에 쏙 드는 인재를 얻으시기를 응원합니다.